유명인이 무지해지는 매커니즘에 대하여
사회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일반인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은 더 부족하다. 무명의 개그맨은 돌발상황 생기면 내공으로 기를 쓰고 관객들이 나가지 않도록 말빨 세우며 웃겨야 하지만, 고위층은 가만 있으면 밑에서 벌벌기며 문제를 해결해준다.
예전에 고위층에 계셨던 어떤 분과 대화, “류시화 때문에 애들이 인도 많이 갔어요.” “류시화? 그게 누군데…?” 나는 거기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데 같은 시대에 살면서 류시화를 모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몰라? 그걸 모를 수 있어? 그런데 그 얘기를 다른 고위층에게 옮겼더니,
“야! 바쁜 사람들이 류시화 시집이나 읽고 앉아있냐?”
사회 나와서 알게 된 건데 그 바쁜 사람들은 일주일 최소 1번 이상 거하게 회식을 한다. 동료들과 다독이며 회식할 시간은 있어도 교양 쌓을 시간은 없다. 그런 식으로 “자기계발”을 할 필요도 없고, 뛰어난 화술과 문무를 겸비해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할 일도 없다.
어렸을 때 책 많이 읽고 교양을 많이 쌓으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혹시 누가 나에게 무슨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나는 돈 되는 공부 하시라고 한다. 실용적으로 사시라고.
교양인지 뭔지 모르지만, “**를 전공하고 ##를 모른다고?”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요즘은 말을 꾸욱 삼킨다. 아니 좀 더 솔직해지자면 다 삼키진 못하고 삼키려고 한다.
지식업 종사자가 이기적 유전자 안 읽었다고? 찰스 다윈 안 존경한다고? 프린키피아가 뭔지 몰라? 네안데르탈인 몰라? 미술 좋아한다면서 램브란트 몰라? 국문학 전공했다면서 이병주 지리산 몰라? 캠브릿지 다닌다면서 비트겐슈타인 몰라?
이런 거 다 부질 없다. 부품처럼 각자 업무에 필요한 지식만 가지고 살다가 적당히 지위가 요하는 지식으로 포장해서 살아남는 게 이 사회의 불문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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