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현 May 10. 2018

'일 잘하는 방법'에 관한 메모

공감되는 지점들

학교를 꽤 오래 다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심지어 최고위 과정까지 

생각해보면 이 모든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있다. 


'일 잘하는 방법'

사실 사회에 나가면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의해서 평가받는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다, 라는 말처럼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다. 라는 말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얼른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다음과 같은 조언들이 나온다. 

상당히 검증된 내용이고 주목할만 하다. 

- 이메일을 자주 열어보지 마라. 중요한 일부터 해라,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라, 조금 일찍 시작하라, 거절할 줄 알아라, 다음날 준비를 미리 해두어라....

여기서 조금 궁금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가? 무작위로 몇 가지의 타입을 정해본다. 


1. 열정형: 회사에서 일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지고 다른 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 만큼 잘한다. 

2. 여유형: (지금은 너무 일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찍 일처리하고 퇴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 

3. 소심형: (일하면서 고통받고 있는데, 일을 많이 할 용의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즐겁게 일하고 싶다. 

4. 농땡이형: 조금 일하면서 많이 일하는 척 티내고 안전하게 직장생활 하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일을 잘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목적의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경험적으로 대부분 사장은 직원보다 일을 잘 한다. 

그 이유는 사장은 일을 잘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 일을 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머리 좋은 사람과 안 좋은 사람의 차이보다는 주인이냐, 종업원이냐의 차이가 더 클 가능서이 크다. 


예를 들어 작은 식당을 하나 생각한다면, 주인은 주방에도 신경이 쓰이고, 홀에도 신경이 쓰인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청소상태와 손님들의 반응도 신경이 쓰인다. 종종 주인은 친절하지만 종업원은 불친절한 경우를 본다. 그런데 주인마저 불친절한 집도 있다. 주인이 불친절한 집은 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주인은 계속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면서 더 효율적을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선다. 주인은 가게 재무에서, 청소, 요리까지 간섭을 하게 되고, 결국 일 잘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자. 


종업원 a는 너무 뛰어나서 주인이 가게에 신경쓸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a는 홀에서 열심히 서빙을 보다가 필요하면 계산도 하고, 손님이 이런 저런 불평을 이야기해도 부드럽게 잘 챙겨준다. 요리사 일손이 부족하면 닭 튀기는 일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주인은 점점 가게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고, a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a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일을 잘하는 것 뿐인지, 아니면 진짜 가게를 차려보고 싶은 건지.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의 많은 종업원 중 오직 소수만이 a처럼 된다는 사실이다. 만약 1. 열정형이 목표라면 a처럼 일하면 된다. a처럼 일하면 다른 여러 문제가 파생적으로 생길 수 있겠지만, 확실히 일 잘한다는 소리는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동료 직원의 질투, 그리고 나아가서 사장님의 질투 등도 받을 수 있으니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4. 농땡이형은 이 세상에 수많은 농땡이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면 될 것 같다. 그들은 정말 기발한 방법을 써가면서 농땡이를 잘 피운다. 


문제는 2, 3이다.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과도한 업무'이거나 '심리'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사실 일 잘 하는 방법을 읽어도, 미안하지만 큰 도움이 안된다. 업무가 객관적으로 과다한 경우 아무리 일 잘하는 법칙을 읽어도 밤새 꾸역꾸역 타이핑을 하지 않으면 일이 줄지 않는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 말고는 크게 해결책이 없어보인다. 


만약 열심히 일할 수는 있는데, 항상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하다면, 직장문화가 본인과 맞지 않거나 본인 스스로 심리상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역시 일 잘하는 방법은 별 도움이 안된다. 


결국 돌아돌아서, 일 잘하는 방법은 결국 1.열정형을 위한 코칭방법이다. 고로 일 잘하는 방법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곧 일 잘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이며, 일 잘하는 방법은 무슨, 로켓 사이언스가 아니기 때문에 몇 마디 읽고 실천하면 잘 할 수 있다. 물론 긴 실행(practice)의 영역을 잘 버티는 인내력이 얼마나 그 사람에게 있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잘 치려고 하는 사람은 성취욕에 중독되면 안된다. 피아노를 잘 치려면 피아노를 여러 번 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피아노를 안 치면서 피아노를 잘 치는 방법은 없다. 


고로 일을 잘하는 방법이란 것은, 결국 일 잘하려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일 잘하려는 사람이 일을 진짜 못한 상태로 머물러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로 본인이 심리적 문제로 일을 못하거나, 농땡이를 부리자는 주의가 아니라면, 일을 못한다는 것 자체로 고민할 필요는 없어짐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본인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너무 많다" 혹은 "본인에게 주어진 기대수준이 높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일할 때 절대 상대에게 '바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말과 정신 없다는 말은 크게 두 가지를 함축한다. 


바쁘다는 말은 "본인이 능력있다"는 것의 다른 표현 방법이기도 하고, 또 "내 상황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빠도 몇 마디 용건을 주고받을 시간을 언제나 남겨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본인이 바쁘다면, 이것이 돈으로 연결되는지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과 연결된다면, 일을 줄임으로써 돈을 줄일지를 선택하면 된다. 만약 연결되지 않는다면, 필요에 따라서 적절히 '거절'하면 될 일이다. 


살면서 일 잘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일 잘하는 것 역시 상대적이다. 우리나라 공무원님들과 일을 하면서 공문서 만드는 것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앞뒤 간격 자간 모두 고려해서 미학적으로 완벽한 보고서를 써낸다. 훌륭하다. 


만약 그들에게 물건을 팔라고 하면, 상사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과연 그렇게 신경쓸 수 있을까? 무엇을 목적함수로 하느냐에 따라서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 말은 결국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본인이 새운 내적인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을 본인이 하고있느냐고 귀결되고, 자신에게 목적이 없다면, 목적을 정확하게 세우기만 하면 일잘하는 긴 여정이 시작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