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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Jan 22. 2020

두 초딩과 함께 영어 하기

좌충우돌: 함께 영어공부하며 느낀 몇 가지 원칙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아이들과 1년동안 같이 영어를 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해요.

아이들과 영어를 공부하면서 슬라이드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매일 이렇게 하진 않아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영상 중 하나랍니다. 브루스윌리스가 I have no idea what you're talking about이라고 말하면 아이가 놀리면서 따라하는 장면이죠.


영어를 가르치지 않고, "같이 공부해요"

저는 외국에 오래 거주해본 적 없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인데요. 지난 1년동안 아이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해 왔습니다. 사실 "가르치다"는 표현을 쓰기는 조금 쑥스럽네요. 제가 영어 선생님도 아니고,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잘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냥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같이 영어를 공부한다"고 표현합니다.


왜냐구요? 아이와 함께하고 싶어서요.

아이가 친구들에게 "아빠에게 영어를 배운다"고 하면, 친구들이 그런다고 해요.

"너희 아빠가 영어 선생님이야? 교수님이야?"

이렇게 아이들과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된 건 무엇보다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였어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게 가장 큰 이유였지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의미있게 함께 하고 싶은 것.

아이들과 영어공부하면서 찍은 동영상들: 동영상 찍는 건 영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시도는 해보고 싶지만,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혹은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못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여 저의 경험이 조그마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작성해봅니다.


1. 천재지변이 없는 한, 하루 한 시간은 영어를 한다.

사실 이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회식과 야근이 많은 직장인이라면 "내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겠어"라고 지레 포기하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그러나 저 역시 회식과 야근이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죠. 그러나 야근과 회식이 없는 날이 주말(2일) 포함해서 4일은 되지 않을까요? 4일만 낼 수 있어도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루트가 잡히면 그 힘으로 한달, 일년을 갈 수 있죠. 여기에 사실 숨은 노하우들도 있기는 한데, 어쨌든 여기서는 우선 "꾸준히" 하는 것의 중요성만 말씀드릴게요.

한 때 매일 하나씩 외우게 하겠다고 다음과 같은 무식한 자료를 만들기도 했죠. 각각의 자료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어요.
구글번역기로 만들어 대량 생산한 문장이라 해석이 조금 조잡합니다. 실제 공부할 때는 검색 등을 통해 정확한 문장 뜻으로 알려줍니다.

2. 흥미! 흥미! 흥미!

만약 정말 훌륭한 부모님이라서 1번이 충족되었다고 해도, 이것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금방 영어에 흥미를 잃거든요. 사실 1번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죠. 왜냐하면, 아이들이 영어에 흥미를 잃어버리면, 같이 영어를 하는 일 자체가 고역이 되고, 본인 자체가 가르치는 일이 고역이 되면 아이들을 계속 가르칠 수 없거든요. 그래서 '흥미'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가르치는 사람"의 흥미도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저는 아이들 덕분에 겨울왕국 2(Frozen 2)를 두 번 극장에서 보았는데요. 사실 제 인생에서 극장에서 영화를 두 번 본 건 처음이었어요. 만약 제가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 않았다면, 아이들이 아무리 좋아해도 두번이나 보진 않았을 것 같아요. 덕분에 두 아이들 모두 겨울왕국 2를 좋아하고, Into the unknown, All is found, Show yourself는 둘 다 수준 급으로 부른답니다(물론 가사 측면에서 말이죠). 정작 노래를 처음 가이드해준 저는 Show yourself 가사를 잘 까먹어요. 확실히 기억력과 습득력은 아이들을 따라가기 힘든 것 같아요.


나중에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또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영어와 관련된 아이들의 '흥미'를 염두에 두는 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 같아요. 재미 없는 것을 계속 하는 것만큼 힘든 것은 세상에 없거든요.


아이들이 처음으로 노래를 다 외운 게 이 노래 같네요.

앤 마리의 Friends인데요. 사실 제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자고 했어요. 다행히 아이들도 이 노래를 싫어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배우자고 하더니 막상 외우려니까 울고 불고 못 외우겠다고 힘들어하던 생각이 나네요. (*그래도 다 외웠어요. 지금은..)


https://www.youtube.com/watch?v=9GsWpMo4uqA

아이들이랑 같이 처음 외웠던 노래가 아마 앤 마리의 'Friends'였던 것 같아요. 중간에 욕도 나오니 빼고 알려주세요.

3. 수준에 맞게!

사실 다 아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정말 어려운 일 중 하나에요. 두 아이는 2학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준이 다르거든요. 그 중간 수준을 맞춰서 영어를 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어렵게 한다고 좋은 게 아닌 건 너무 당연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쉽게 하면, 또 흥미를 잃을 수 있죠.


일단 저는 아이가 둘이기 때문에, 한명의 낙오자도 없다는 생각으로 같은 교재로 같은 내용으로 영어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어요. 1년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중간 수준을 유지하면서 영어 학습을 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예를 들어서 첫째는 문법에 조금 더 강하고, 둘째는 노래에 대한 흥미가 많이 있기 때문에 둘째는 노래를 통해서 영어에 더 재미를 붙이게 해주고, 문법을 공부할 때는 첫째가 조금은 더 리드하도록 해주는 거죠. 사실 이것은 절대 일반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자기 아이들을 관찰해야 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 수준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영어의 수준을 안다는 것이 아니고, 그 아이의 성향, 그리고 지향 등을 아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이에요.

둘째가 아주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Tell me all about it.


4. 끊임 없이 새로운 방법 시도하기

지난 1년동안 참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았어요. 노래, 영화, 드라마, 기본 회화문장 외우기, 영어 단어 외우기, 동영상 따라하기 등등.. 사실 이 방법 중에서 실패한 것도 많아요. 다만, 아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들을 개발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여기에서 포인트는 "좋아하는 것"만 하지 않고, "해야하는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https://getyarn.io/

예를 들어 영어공부를 하는 분이라면 알만한 사이트(ttps://getyarn.io/)를 참고하시면, 여러분이 생활 회화에서 쓰는 많은 문장의 동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이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통해서 보면서 재밌는 문장을 찾고, 그 문장을 저장한 다음 틈 날 때마다 아이들과 같이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5. 문법도 포기는 하지 말자!

여러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저 자신이 영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개념을 접근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진짜 원어민들이 쓰는 문장(제가 만든 문장이 아니라)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처음에 노래, 영화, 드라마에서 실제로 나왔던 문장을 외우게 했죠. 하루에 조금 쉬운 문장 10개 정도 외우게 하는 방식이었요. 이렇게 하면 동영상 포함해서 알려주는데 30분 외우는데 컨디션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혹은 2시간, 혹은 울고 불고 3시간) 정도면 매일 매일 과업을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을 꽤 오랫동안 하게 되니 조금은 문제가 있었어요.

아주 간단한 문장조차도 스스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 문장은 영화 '마틸다'(아이들이 아주 아주 좋아하는 영화죠)에 나오는 한 장면인데요. 극중 착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이 말해요.

Would you like to come over to my house this afternoon?
우리집에 오늘 오후 놀러올래?  
Would you like to come over to my house this afternoon?

아이들이 마틸다라는 영화를 좋아해서 이 문장을 완벽하게 외워요. 지금도 '오늘 오후 우리 집에 놀러올래?"를 영어로 해볼래? 라고 하면 금방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번 해서 숙달이 되었지요.

저는 이런 문장이 쌓이고 쌓이면 영어를 잘 하게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이 문장을 각각의 요소로 외우지 않고, 통으로 외우는 습성이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제 머리 속에서는 이 문장은

Would + you + like + to + ...  

이렇게 저장되어 있다면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Wouldyouliketocomtomyhousethisafternoon?

이렇게 저장이 되어 있는 거죠.

아이들에게는 Would you like to 다음에 동사를 바꾸면 다른 말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정보가 없었어요. 물론 문장을 쌓는 것은 중요한 훈련이지만, 이 훈련의 한계는 명확해보였어요.

문제는 두가지죠.


1) 자기가 원하는 문장을 만들 수 없다.

2) 자기가 원하는 문장을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사실 제가 생각한 본질적인 문제는 두번째였어요. 1)의 경우는 언제든 나중에 영어를 배우면 해결되는 문제일 수 있어요. 그러나 2)가 없으면 영어공부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아요. 무슨 말씀이냐 하면, 오직 영어문장을 스스로 만드는 재미가 있을 때, 그러니까 조립식을 끼워맞추는 것처럼 자기가 올바른 문장을 만들어서(아주 작은 문장이라도) 써먹어보고 싶을 때야만, 영어를 "할" 수  있게 되고(잘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야만 영어를 계속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주 간단히 말하면, 영어 문장을 만드는 재미를 모르면 영어를 절대 잘 할 수 없다는 거죠.

긴 이야기의 결론은 아주 단순합니다.

"문법을 포기하지는 말자"는 거죠.

영어 문법을 설명하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만들어 데이터를 축적 중입니다.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6. 발음은 연기하듯

영어에 대해서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서 제가 가장 믿지 않는 말이 뭔지 혹시 아세요?

그건 영어에 발음은 중요치 않다는 말이에요. 저는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발음을 꼽고 싶습니다.

영어는 글이기 이전에 먼저 "말"이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발음하느냐가 극도로 중요하지요. 물론 영국식으로 하느냐 미국식으로 하느냐의 차이는 있습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역시 나름대로 독특한 발음을 가지고 있죠. 이것 중 어떤 것이 "표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 적어도 하나와 자신의 발음이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미국 발음이 가장 평범하게 많이 접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식 영어를 해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중동식, 인도식 영어부터 접하면 곤란하겠죠? 마찬가지로 콩글리시식 발음을 하면서 "발음보다 전달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최대한 본토발음처럼 하려고 노력을 해야죠.

I can't wait to meet everyone. (다들 만나고 싶어 죽겠네!)

겨울왕국 1에 나오는 안나의 대사 중 하나인데요. 이것도 역시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입니다. 먼저 동영상 보시기 전에 발음을 한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다음, 다음 동영상을 한번 감상해보시죠(아주 짧습니다).

안나가 대관식날 아침, 안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죠. I can't wait to meet everyone.

영어 발음을 할 때는 동영상의 인물과 최대한 똑같은 억양으로 하도록 반복훈련합니다. 이렇게 여러 문장이 쌓이게 되면, 혀에 힘이 생기면서 r과 t 발음 등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게 되죠. 특히 우리나라 말에는 강세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억양을 들으면서 "영어에는 강세가 있구나", "이렇게 노래하듯 말하는 구나"라는 것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단락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장 먼저, 우리 아이들의 영어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며, 저 역시 영어를 가르치거나 영어에 대해서 말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또 아이들이 명확한 성과를 내지 않는 이상 제가 하는 말에 신빙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하는 동영상은 수없이 찍기는 했지만, 그렇게 아이들의 얼굴을 노출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다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지구상 어딘가에..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우리 아이들(혹은 아이)과 함께 영어공부 해보고 싶다)이 또 있을지 몰라서 1년동안 해본 경험담을 조금이나마 공유해보고자 글을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영어공부를 해서 좋은 점을 몇 가지 나열해볼게요.

중요도 순이에요.


첫째, 아이들과 같이 공감하고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반 강제적으로 확보하게 되었어요.

둘째, 아이들의 영어실력이 아주 조금씩은 늘고 있어요.

셋째, 저 자신의 영어 감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영어가 더 늘게 되었단 뜻은 아닙니다).

넷째, 재밌습니다. 다음에 어떤 노래를 부를지, 어떤 방식을 도입할지, 어떤 교재를 만들지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하고 기획하게 되는 재미가 생기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작성해 보았습니다.

혹시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 라이킷(좋아요), 공유,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작은 댓글도 큰 힘이 됩니다.

마지막 동영상입니다. 제가 공부할 때 자주 하는 말이죠: Listen to me carefully.

모든 동영상의 출처는

https://getyarn.io/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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