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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Jan 12. 2020

미드쉐도잉 정말 효과 있나요?

Grey, messy, full of nuisance and beauty

Grey, mesGrey, messy, full of nuisance, and beauty because of you.sy, full of nuisanc

사실 이 글은 개인 페이스북에 썼던, 미드쉐도잉 논란에 대한 시리즈 중 마지막 편입니다. 하고 싶은 중요한 내용은 이 글에 거의 들어 있으니 이 글만 보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영어공부 하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일부) 영어강사들이 미드 쉐도잉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영어 강사들이 미드 쉐도잉을 추천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자기는 10년 넘게 외국에서 살고, 또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고 했는데도, 아직도 미드가 잘 안 들리는 부분이 많은데, 초보가 이걸 공부하다가 쉽게 좌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선량한 걱정이 충분히 이해된다. 이 글은 '미드 쉐도잉 대전'(大戰)이라고 할 법한 이야기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어서 쓴 글이다.


원칙: 뭐든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다음 성은님 동영상이 히트친 이유는 "미드 쉐도잉이라는 방법"을 알려줬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나도 될 수 있나?"라는 꿈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썸네일을 보자. 

게다가 "나 실업계 출신 영포자였잖아", 그런데 미드 쉐도잉만으로 토익 900점 넘었다고? 그럼 나도 해볼까? 그런 마음으로 동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게 된다. 이런 동기부여! 쉬운 게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HcR7rznpAA


미드로 하면 힘들어서 포기할 수 있다.

영어 선생님들은 이 지점을 많이 걱정하신다.

"미드" 어렵긴 어렵다. 나도 인정한다. 한 문장 하나 하나가 그냥 쉽게 들리는 법이 없다. 대사를 읽고, 단어를 찾아봐도, 모든 단어의 뜻을 다 알아도 해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은 거꾸로 하면, 영어공부의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 문화권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의미의 문장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냥 단순히 영어 하나를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뇌를 들여다봐야 하는 수준의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Conversation killer. 대화 종결자.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침묵하곤 하죠.)

남편이 죽었다는 말을 데이트 상대에게 고백하고 난 이후 주인공 '러브'가 하는 말이다. 이 짧은 한 마디에 러브가 얼마나 이런 상황을 많이 겪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초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표현 미드 안 보면 생각이라도 해낼 수 있을까?

영미권 문화에 흠뻑 젖은 사람이 아니라면쉽게 생각해낼 수도 없고, 또 상대방이 이런 말을 했을 때 알아들을 수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조의 독백을 들어보자.  

You've changed me. I used to see world as black or white. Now everything is grey, messy, and full of nuisance, and beauty because of you.
당신은 나를 바꿨어요. 내가 보는 세상은 흑백이었죠. 이제 세상은 회색, 뒤죽박죽이지만, 의미로 가득차고 당신이 있어서 아름다워요. (Y로 시작하는 모 미드 8화, Joe의 대사)

이 문장의 뜻을 대략 알고 문장을 만든다면, 나라면 이렇게 만들었을 것 같다.

Because of you, the way I see the world has been changed, which was black or white. Now, I can see it as grey, messy, and full of nuisance. It is beautiful because of you.

같은 한국어 문장을 놓고 24시간 고민해도 미국 사람이 쓴 것 같은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내 뇌는 아직 한국식 영어로 세팅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내 머리 속에 있는 이상한 영어(broken English)와 진짜 영어(real English)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바로 영어 공부의 목적이다.

미드의 효과: broken English --(차이)-- real English


겨울왕국 2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죠?

겨울왕국 2(Frozen 2)의 대표곡인 "Into the unknown"(by Idana Menzel)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There's a thousand reasons I should go about my day.
"내 하루를 시작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말을 만약에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영작했다면?

I must start my day due to many reasons. (나는 여러 이유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라고 했을 것이다.

왜 There are 가 아니라 There's인 거지? 다음 글에 따르면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에서는 다음에 뭐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There's라고 하기도 한단다. 이 사람에 따르면 그냥

It just sounds conversational. (그냥 대화처럼 들려)


오늘 하루를 착수해!(go about my day)

여기에 또 하나 이슈는 go about이라는 숙어(idiom)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사전에 찾아보면 go about은 '착수'라는 뜻인데, 우리는 사실 살면서 "건설사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오늘 하루를 착수해야 할 이유가 있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never, ever, ever, ever).

즉, 한국어 문법 구조에선, go about my day 라는 말은 그냥 머리로 생각해서는 지어낼 수가 없는 말이다.

미드는 이런 수많은 언어놀이의 보고이다.

여기에서 뜻밖의 다행인 점은 한국어 역시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영어 숙어가 너무나 생소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예를 들어,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라고 할 때 보통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I broke up with her. (나는 그녀와 깼어)

한국어에선 보통 "나는 그녀와 헤어졌어"라고 하는데, 이 문장은 사실 주어와 목적어의 관계가 정확하지가 않다. 그녀가 나에게 헤어짐을 통보한 경우에도 "나는 그녀와 헤어졌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으로 인해서 상대는 또 물어보게 된다. "그럼 누가 헤어지자고 했어?" 그럼 "그녀가. ㅠㅠ"라고 한번 더 대답해야 한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이럴 경우 영어라면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다.

She broke up with me. (그녀가 나랑 깼다.)

2000년대 초반엔가, 친구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나 걔랑 깼어."

이런 신기할 데가. 사실 당시에는 (솔직히 말해서) break up with라는 표현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나중에 break up이라는 표현을 보니, 그 때가 정확하게 생각났다. 가설이지만, 누군가 break up with라는 표현을 "깼다"라고 한국식으로 바꿔서 사용한 것이 원조가 되어서 "깼다"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영어성적 필요하면 학원 다니세요.

미드로 영어공부하는 것은 영어성적을 올리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드만 공부를 해도 토익 900 넘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될 수 있다 하더라도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이다.  

달리기를 잘 하고 싶으면 달리기를 잘 하고, 농구를 잘 하고 싶으면 농구를 연습해야 한다. 농구를 잘 하기 위해서 달리기가 필요하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농구를 잘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영어공부의 목적이 "점수"라면 미드는 별로 좋은 재료는 아닐지 모른다.

나 역시 1년 넘게 꾸준히 미드로 영어공부 했는데, 점수는.. 눈물만 흐른다.

미드 쉐도잉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은 나만의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해본다.

(* 이 방법은 본인이 사용했던 방법이며, 절대 남들에게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드리고 싶다.)


내 몇 가지 원칙들

1.     꼭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본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확인이라고 해보고 넘어간다. 아무리 귀찮아도 단어를 안 찾아보고 한국어로만 보거나, 원어로만 보면 곤란하다. 단어를 찾기 힘들면 한영 동시자막으로 본다. 크롬에서 동시자막 보는 앱 강추 한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쉽게 얻을 수 있다.


2.    스크립트를 꼭 뽑아서 보지는 않아도 된다.

스크립트를 꼭 미리 뽑아서 숙지하면 좋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스크립트를 미리 숙지하지 못한다면, 먼저 한국어 버젼으로 보고 다음에 영어 버전을 보면서 연습을 하면 된다.


3.     어떤 문장을 챙길지 항상 생각한다.

미드의 모든 문장을 섭렵할 필요는 당연히 없다. 미드 프렌즈(Friends)에서 로스가 말하는 "소장(small instine)으로 목을 칭칭 감는 기분이야"라는 표현은 알 필요가 없지만, 그 다음 대사인

"Why does everyone keep fixating on that? She didn't know, how should I know?"(왜 다들 그 부분만 집중하지? 그녀가 몰랐다는데 내가 무슨 수로 알겠어?)

이런 표현은 괜찮은 표현 같다.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만 가지고 이야기할 때, "왜 꼭 그것만 이야기해?"라고 말할 때, "Why does everyone keep fixating on that?"이라는 표현을 쓸 만하다. 예를 들면, 자기가 약간 헛소리를 해놓고,  

I wish I was dead.(나 죽었네)

라고 말하는데, 이런 표현도 뭐, 알아두면 쓸 만할 것 같다. 여기에서 I wish I were dead가 아니고 I wish I was dead라고 상요한 점도 주의해서 보면 좋겠다. 요즘 미드에서는 were라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was로 많이 쓰는 것 같다. 시험문제에 둘 중 하나로 찍으라고 하면 당연히 나라면 were를 찍는다.


4.     챙길 문장은 쉐도잉 뿐만 아니고, 곱씹어본다.

What time did your little friend leave? (너의 그 같잖은 친구가 언제 떠났지?)

이것도 역시 Friends에서 레이철(Rachel)의 중요한 대사 중 하나이다. 스포일이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상황설명은 생략한다. 레이철은 그 친구를 알지도 못하는데 키가 작은 것도 아니고..

 "little"이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little은 stupid little(빌어먹을)이라는 말을 좀 순화시켜서 하는 비아냥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교포영어 선생님 감사합니다)고 한다. 그럼 이해가 된다. little을 "같잖은"이라고 번역하면 이 문장이 완벽하게 이해된다.


5.     외국인을 만나서 그 문장을 써 본다.

어느 날은 아이에게 이 문장을 알려줬다.

I am not as good as I thought it was gonna be. (생각했던 것보다 좋진 않네)

그랬더니 다음날 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How are you? 라고 묻자, 위 문장으로 대답했다는 것이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것은 아니네요."


6.     외국인이 없으면 혼자 대사를 중얼거려 본다.

이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혼자서 중얼중얼 해본다.

"I wat just not as ready as I wish I was"(내가 원했던 것만큼 준비는 안 되어 있었던 거지, 뭐, Thanks to 유튜버 에릭 선생님)

이런 문장은 혼자서 중얼중얼 외워본다. 반야심경 외우는 거보다는 재미있다.

주토피아에 나온다는 다음과 같은 대사도 좀 재밌다.

"Everything that can be done is being done."(취해야 할 조치는 다 취하고 있습니다.  thanks to 유튜버 에릭 선생님 again)

한국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라 외국인을 만날 일도 없고, 마주칠 일도 없다. 그래도 이렇게 매일매일 하다 보면 조금씩 영어가 느는 것이 느껴진다. 항상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한다.


교회에 다니면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외워야 하고, 절에 다니면 반야심경 외우는 것처럼, 중얼중얼 영어로 쉐도잉 습관을 들이면, 조금씩은 달라진다. 그 조금이 모이면 조금 더 큰 조금이 된다. 그리고 또 조금이 모이면 조금 더 큰 조금이 된다.


시작하면 그걸로 됐다: 그리고 나아가면 더 대단한 거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시행착오로 찾아야...


미드 쉐도잉이 됐든, 단어 외우기가 됐든, 무엇이든 영어공부를 시작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대하다. 방법론에 관해서는 당연히 영어 선생님들이 전문이기 때문에 나 같은 비전문가는 관여할 바는 아니다. 할 수도 없고.

그냥 뭐든 하면 좋지 않을까? 뭐든 하면 바뀌는데, 그럼 좋은데? "미드 쉐도잉"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사람들이 영어의 세계로 들어갈 용기가 조금이라도 생겼으면 그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각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지, "이 방법으로 하지 않을 거면 쉐도잉은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해줄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인생은 시행착오다. 먼저 go about(착수하는 것)이고 move on(다음 단계로 가는 것)하자. 굳이 하나 덧붙인다면,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말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하고 실천한다면 영어실력이 늘었으면 늘었지 절대 줄지 않는다. 그리고 영어실력이 줄지 않고 는다면, 더 많은 뉘앙스를 느끼면서 세상을 살 수 있다.

이건 엄청나게 큰 장점이다.

Grey, messy, full of  nuisance, and beauty because of you.  


유튜버 영어선생님들 감사해요!

아울러, 이런 지점과 더불어 유튜브에 무료로 좋은 영어 강의 올려주시는 빨간 모자, 성은님, 양킹님(강의는 아니고요), 에릭 선생님, 마이클 선생님, 지후영어 선생님, 레오 선생님, 내가 너무 애정하는 니나 선생님,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빨간모자:https://www.youtube.com/channel/UCGDA1e6qQSAH0R9hoip9VrA

양킹:https://www.youtube.com/channel/UC9ucWGUBsIKDS9fSXqtHXrQ

에릭:https://www.youtube.com/channel/UCgG5Yz7vJyFPJS46IZtnkvw

마이클:https://www.youtube.com/user/EnglishInKorean

지후: https://www.youtube.com/channel/UCvppJlTNsl8rticq10HWbeQ

니나:https://www.youtube.com/channel/UC4mwb_zNaIFpnOVOaj_N96g

러닝 그라운드: https://www.youtube.com/channel/UCsH6d5ab26zDfd9cavpJumQ

선생님들, 모두 감사드리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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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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