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현 May 04. 2020

유튜브는 알려주지 않는 쉐도잉 장단점

가두리 양식장 안에서만 영어를 배울 순 없잖아요.

오늘은 쉐도잉의 장단점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시작할 때는 "각 영어공부의 장단점"으로 글을 시작했는데, 쉐도잉 하나에 대해서 쓰다가 벌써 시간이 엄청나게 흐른 것을 확인했네요(한 번에 하나씩만 써야 ㅠㅠ ).


이 글에서는 쉐도잉은 장단점(pros and cons), 그리고 활용법(how to use)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상영어, 채팅영어, 문법, 패턴영어, 읽기 등에 대해 기회가 된다면 다 다뤄보고 싶은데, 이번 글은 먼저 쉐도잉에 한정시키겠습니다.


쉐도잉(shadowing or micmicking): 말 그대로, 드라마와 영화의 대사를 보고 따라하는 훈련입니다. 올리버샘, 양킹님 등 영어공부 채널에서 정말 핫한 방법이죠. 논란도 많고요. 때로는 불필요한...


먼저 쉐도잉의 정의를 명확히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대본공부 없이 쉐도잉을 하면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혹자는 대본없이도 쉐도잉은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둘의 장단점을 따로 다뤄볼까 합니다.


대본 공부와 쉐도잉(shadowing with the script)


장점: 대본 공부하면서 읽기(reading)과 단어찾기(vocabulary)가 같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대로만 한다면 이 방법이야 말로 정확하게 작품을 씹어먹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 방법은 제가 (저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가장 오랫동안 했던 방법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효과를 본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영어공부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좋은 방법입니다.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점은 있습니다.


이 방법의 치명적인 단점은 '대본공부'의 과정이 길고 지루하다는 점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대본만 보았을 때 글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어떤 글은 영상을 봐야지만 이해가 되죠.


대본만으로 대본을 이해한다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미 남들이 번역해놓은 교재가 있는 작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드라마 '프렌즈'(Friends)가 인기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어/영어 대본을 만들어놓아 대본을 공부하기가 편합니다.

대본공부는 너무 중요하지만, 대본을 스스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공부'와 '내공'이 필요하다는 점이 종종 간과되지요.


이용법: 대본이 있는 쉐도잉을 하려면 굉장히 꼼꼼한(organized) 사람이어야 할 겁니다.


먼저 계획을 차근차근 짜서 스크립트 만들고(이것부터가 일입니다), 그 다음에 문장과 단어를 기본적으로 학습하고, 그 다음에 쉐도잉에 들어가는 거죠.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가 다 될거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만큼 고된 작업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되겠죠.


쉐도잉 자체가 가진 단점도 있는데 그것은 대본 없는 쉐도잉 내용을 다 다루고 나서 쓰겠습니다.


대본 공부 없는 쉐도잉(shadowing without the script)


장점: 대본 없는 쉐도잉의 가장 큰 장점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냥 넷플릭스를 켜놓고 한 문장 한 문장 읽으면서 따라하면 됩니다. 사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기도 해요.

동영상 따로 대본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죠.


한 줄 한 줄, 친절한 번역 문장들이 있으니 동영상을 보면서 그냥 문장을 따라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효과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발음이나, 패턴을 다루는데 있어서 분명한 효과가 있습니다. "특정 단계에 특정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대본 없는 쉐도잉 역시 훌륭한 방법입니다.  


단점: 대본없는 쉐도잉의 장점은 귀찮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단점이기도 합니다.


너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본, 손발을 쓸 일이 줄어듭니다. 나중에는 스페이스바만 누르면서 입만 따라하게 되죠. 이럴 때에도 역시 영어 발음은 꾸준히 늘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최악의 경우, 나중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따라하는 사태가 올 수 있게 됩니다.


공부를 너무 쉽게 하면 그만큼 장기적 효과도 줄어듭니다. 그게 대본 없는 쉐도잉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No pain, no gain!


이용법:


대본 없는 쉐도잉은 주식이 아니라 디저트입니다. 가끔 20분 정도 그냥 연습 삼아 하는 거죠. 운동선수들이 아침조깅 하는 것이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영어 세포를 깨울 용도로, 혀를 훈련시킬 용도로 적합한 방법입니다.


* 쉐도잉의 단점:

쉐도잉은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방법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쉐도잉만으로 영어를 정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쉐도잉만으로 영어를 정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것이 쉐도잉의 단점인 것 같습니다.


단편적으로만 나열해도 쉐도잉은 단점이 많습니다.

쉐도잉은 읽기(reading)에 비하면 '문해력'(literacy)을 늘리는 데에는 아주 효과가 떨어지는 방법입니다.


쉐도잉은 "패턴 영어"에 비하면 기본 문법을 익히기에도 아주 효과가 떨어지는 방법입니다. 캐릭터들은 영어공부를 시켜주지 않고, 제 멋대로 말하거든요.


쉐도잉은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남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법도 아닙니다.


영어라는 넓고 넓은 바다에서 쉐도잉 역시 하나의 가두리양식장에 불과한 셈이지요.


평생 양식장에서 자란 광어랑 우럭만 먹고 살 수 있다고 해도 상관 없지만, 영어의 바다에는 훨씬 더 많은 해산물들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깊은 곳까지 가고 싶다면, 다른 것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은 방법이 보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혼잣말 하기: 영어 공부할 때, 아웃풋(output)은 정말 중요합니다. 혼자서 영어로 중얼거려보는 것이지요. 이 때 주의할 점은 간단한 단어로 된 문장을 많이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질무렼 기차가 지나가고 쓸쓸한 인생처럼 나는 플랫폼에서 나의 기차를 기다리고 있구나.


이런 문장을 갑자기 만들어내려면 머리가 아프겠죠. The sun sets.(해가 진다). I am alone. (나는 혼자군).  I am waiting for the train.(나는 기차를 기다린다.) I am on the platform.(나는 플랫폼에 있다).


이런 식의 문장을 많이 혼자서 중얼거려보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입을 벌려서 소리를 내어서 말을 하는 것입니다(작은 소리라도 좋으니 입 밖으로 소리를 꺼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이 정도 보다는 잘해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기초는 아무리 튼튼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초가 튼튼하면, 기본문형이 잘 나오고, 플루언시는 기본문형에서 나옵니다.


2. 책 소리내어 읽기:

국어시간에 선생님들께서 학생 하나를 가르켜 책을 읽으라고 시키시죠. 이거야 말로 정말 좋은 훈련입니다. 남들이 써놓은 글을 소리로 번역해내는 훈련이죠.


물론 모르는 단어가 많습니다. 이 때 사전을 찾으면서 꼭 단어의 '소리'를 들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읽을 수 있죠. 영어는 기본적으로 소리에서 출발합니다.


소리가 여러분의 관념 속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일으켜야 타인의 귀에 여러분의 의도가 전달됩니다. 따라서 소리를 내어 읽는다는 것은 원어민이 끝도 없이 해놓은 말을 음파로 바꿔내어 내가 들어보도록 도와줍니다. 의외로 종합 훈련이죠.


쉐도잉보다 소리내어 읽기가 좋은 점은 일단 문자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동영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직 언어에만 집중할 수 있죠.


결국 영어공부위 끝은 읽기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

결국 쉐도잉은 다른 많은 방법들이 결합되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자, 다음 기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으면 생기는 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