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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May 01. 2020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으면 생기는 일들

해리포터 매일 한시간씩 읽기를 실천하면서 느낀 점들(스포없음)

저는 영어 전공자도 아니고, 해외 거주 경험도 없으며, 그냥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취미로 하는 직장인이며 영어는 더듬더듬 말하는 수준입니다. 혹시나 제가 영어를 잘 한다고 전제하시는 분이 있으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아침마다 해리포터를 한시간 전후로 읽고 있어요. 얼마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다 읽었답니다  


영어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즐거웠어요.


특히 해리포터의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영어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왜냐하면 영어 발음도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끼고, 새로운 표현들을 익힐 수 있는 점도 장점인 것 같아요.


자,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미 나 해리포터 영화로 봤는데, 책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한국어로도 힘든데 영어로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으면 좋은 점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물론 스포는 없습니다.


해리포터를 읽지 않으셨거나, 영화로 접하지 않으신 분이라도 편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제 이야기의 포커스는 대부분 영어공부에 맞춰져 있으니까요.


자! 그럼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 유튜브가 수족관이라면 책은 바다다.


요즘 유튜브로 영어를 공부하는 분들 많으시죠. 저는 넷플릭스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하곤 했었는데요.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여러분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초급자를 넘어선 분들에게는, '책'이야 말로 진정한 언어습득의 보고라는 점을요.


예를 들어 이미 말씀드렸던  "get past"(지나가다, 없던 일로 하다, 피해가다)라는 숙어가 있어요.


I got past the  hurdle.

나는 그 장애물을 피해갔다.


라고 쓸 수 있는 표현이죠. 제가 최근에 "이터널 썬샤인"이라는 영화를 다시 봤는데요, 이 영화에서  get past 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사실 이 숙어가 들리는 이유는 당연히 숙어를 알기 때문인데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get past라는 숙어가 5번도 넘게 나오더라고요.


영어 문장와 단어의 양과 질의 측면에서 영화나 드라마는 책을 따라갈 수가 없어요.


물론 원어민의 발음을 익히거나 표정이나 대사를 익히는 용도로 동영상은 쓸모가 있지만, 접하는 언어의 양과 질을 생각해봤을 때, 확실히 책을 통해서 영어를 접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영어 표현을 여러 번 접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어요.


동영상은 말 그대로 영상이 있어서 조금 더 편리해보이지만, 그만큼 상상력을 덜 자극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책을 읽는 것이야 말로 영어의 실력을 효율적으로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2. 40페이지의 고비는 넘겨야 한다.

많은 책들이 처음에는 재미 없습니다.


저도 평범한 직장인인데 호그와트에 등장하는 수많은 마법(spell)이나 빗자루(bloomstick)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죠. 그런데 40쪽 이상 꾸준히 읽어보다 보니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처음에 어렵기만 한 단어들이 나중에 익숙해집니다. 혹시  wand와 cauldrun이라는 단어 아시나요?


전자는 지팡이고, 후자는  가마솥이라는 의미인데요. 마법의 물약(potion)을 끓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겁니다.


사실 보통 사람이 이런 단어를 접할 일이 거의 없겠죠? 그런데 이 단어들을 자꾸 접하다보니, potion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먼저 물약이 떠오릅니다.


영어단어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그 단어가 잊어버릴 수 없는 하나가 되어버리는 거죠.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한데요. 40페이지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읽으셔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인물과 규칙, 그리고 단어들이 익숙해지면, 비로소 이야기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해리포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야기시리즈로서 그 재미가 이미 검증된 책입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면 놀라운 재미가 펼쳐집니다. 마치 매일 연속극을 조금씩 보는 것처럼 책을 읽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이더군요.


3. 해석은 읽기 쉽게 해주는 도구일 뿐, 원문의 맛을 절대 100% 전달하지 못한다.


사실 이건 제가 해리포터 한국어 버젼을 읽어보지 않아서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하지만 디즈니 영화의 번역을 보면 원문이 가지는 의미의 1/3 정도는 가독성을 위해서 뉘앙스를 없애버리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저자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마다 복선을 아주 치밀하게 깔아놓는다는 사실을 알았는데요. 그 아슬아슬한 표현 사이로, 긴장이 생기고, 또 반전이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 말을 했다 할때도, 그냥  he said라고 할 때도 있지만,


he muttered, he hissed, he snapped, he squeaked, he stuttered, he mumbled


등의 표현을 의미를 바꿔가면서 사용합니다. 또한 일어서다라는 말을 쓸 때도  그냥  stand up 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get to his feet(두 발로 일어났다)

jump to his feet(두 발로 뛰었다)


표현을 하곤 합니다. 이런 표현들의 느낌을 100% 맛깔나게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번역가 선생님들께서 노력해서 우리가 감사하게 그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원문 밖에 줄 수 없는 어떤 느낌은 원문에만 있는 거죠. 아주 당연하게도요.


원문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몰랐고, 시간이 된다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책이나 영화를 책으로 다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랍니다.


4. 소리내어 천천히 읽는 재미 


마지막으로 천천히 읽는 재미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을 천천히 읽게되면, 그 주인공의 행동이나 감정이 아주 고스란히 느껴져요. 사실 빨리 읽어야 될 이유도 없어서, 저는 해리포터를 소리내어 하루에 5-10페이지 읽는데요, 그것만 해도 1시간가까이 걸립니다.

물론 그냥 읽는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소리내어 해석하고, 또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는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읽다보니 주인공이 말하고 움직이는 시간과 제 시간이 일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주인공이 뭔가 위험에 빠지게 되면 그와 비슷한 속도로 글을 읽고, 그 느낌과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더군요. 이건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항상 글을 조금 빠르게 읽어서 그냥 이런 스토리인가 보다, 하는 것을 파악한느데 바빴거든요.

천천히 읽으면 좀 더 주인공의 감정이 풍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아주 대단한 장점인 것 같아요. 물론 해리포터와 같이 아주 촘촘하게 잘 쓰여진 소설이라면, 믿고(?) 천천히 읽어도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느낀 몇가지 느낌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여기서 포인트는 '소리내어' '천천히' 읽은다는 것이 포인트라는 점 다시 한 번 말씀드려요.


초급자를 넘어섰다면, 여러분, 다음 코스는 유튜브 보다는 책으로 영어를 공부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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