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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May 14. 2020

영어 유튜버를 보는 삐딱한(?) 시각

유튜버들의 영어 방송을 보는 것은 영어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누구나 삼키는 말이 있죠. 


배우자가 이상한 패션을 하고 나타났을 때, "여보 그 옷 별로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삼킵니다. 

엄마의 음식이 조금씩 짜다는 것을 느꼈을 때, "엄마, 음식이 짜!"라는 말을 삼키죠.


음식이 짜다는 말은 미각이 둔해지고 있다는 뜻, 곧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에요. 


가끔 영어에 대한 글을 쓸 때 저는 이런 말을 삼킵니다. 

지금도 말을 하려고 하니까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 같네요. 그러나 오늘은 큰 용기를 낸 만큼 해보려고 합니다. 


"학창시절에 저 영어 좀 잘 했습니다."


그냥 그런 아이 있잖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영어에 관심이 있고, 원어민처럼 발음하려고 하고. 그런 부류였어요. 저희 때만 해도 미국 다녀온 아이도 별로 없었고, 게다가 지방도시에서 영어가 그렇게 유창한 사람도 보기 힘들었을 때였지요. 


제가 왜 자꾸 변명처럼 이런 말을 하냐면, 제가 지금 제 영어 실력을 알거든요. 어떤 유튜버에 비교해도 손색이 많은 수준이죠. 그냥 영어를 버벅거리는 한국인 직장인에 불과해요(mumbled, stuttered, muttered, stammered라는 단어들이 너무 잘 어울리죠). 


가끔씩 고등학교 친구들과 전화하면, "너 영어 잘하잖아?"라는 말을 듣는 적이 있었던 정도, 

딱 그 정도로 했습니다. 


사실 이 고백을 하는 이유는, 영어 유튜버들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인데요. 물론 대단한 영어 유튜버님들을 존경하고, 또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또한 저 역시 영어 관련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사람으로서) 그 분들을 깎아 내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영어를 공부하는 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저도 미드 쉐도잉을 한 6개월 정도는 꾸준히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쉐도잉을 하지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운전하면서 들리는 내용을 따라하는 정도로 가볍게 합니다. 그것도 꽤 도움 됩니다. 


지금은 소리내어 책읽기, 매일 글 조금씩 쓰기, 혼자서 말하기 등이 주된 영어공부 공부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세 가지 방법은 쉐도잉이 줄 수 없었던 각각의 영역을 채워준다는 느낌이 들어요. 


소리내어 책읽기는 영어 문장이 가진 맛을 알게 해줘요. 해리포터는 미국에서 청소년이 읽는 책이라지만, 그래도 비 원어민에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책인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동물이나 식물들의 이름이 가끔씩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요. 


She hissed. She squeaked, She muttered. She stuttered. She mumbled. She thundered. She groaned.

이런 표현들을 엄청나게 많이 접하니 뭔가 영어를 정말 풍부하게 늘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쉐도잉에도 많은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요... 양과 질에 있어선 책을 따라오기 힘들죠. 


매일 조금씩 글 쓰기의 전제는 누군가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저의 경우는 HelloTalk에 거의 매일 한 문단 정도 써서 올리는데 고맙게도 전 세계의 친구들이 무료로 글을 고쳐준답니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에요(Thank you, my friends.) 


이 방법을 쓸 때 약간은 좌절감이 올 때도 있어요. 영어 문법은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잘 틀리거든요.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쓴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주 가끔은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지만, 무료로 읽어주고 고쳐주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또 씁니다. 


마지막으로, 혼잣말 하기인데요. 이 방법도 워낙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시죠? 저는 듣는 사람이 없으면 혼잣말로 영어를 중얼거리는데, 중요한 것은 녹음기를 켜놓고 해요. 처음에는 녹음기가 있으면 오히려 말이 잘 안나와요. 녹음되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하죠. 그런데 신기한 건 계속 습관을 들이면 녹음기를 틀어놓아도 말이 빨리 나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패치'의 효과인 것 같아요. 평소에 영어공부를 하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영어를 갑자기 사용하게 되면 할 말이 막 떠오르지가 않을 때가 있죠. 그래서 "영어 패치가 필요하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녹음을 하다 보면 영어 패치의 효과가 느껴져요. 예를 들어 영어로 말할 일이 있다면, 먼저 녹음기에게 말을 걸어보는 거죠. 훈련이 되어 있다면, 녹음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하고 있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오늘은 뜬금없이 영어유튜버들에 대해서 글을 쓰다가 제 영어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좀 적어보았는데요. 

영어유튜버님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양킹님, 브릿지티비 태훈님, 러닝그라운드의 레오님, 라이브아카데미에 빨간모자 선생님, 마이클 선생님, 지후영어의 지후님, 김교포님, 올리버 선생님, 에릭과 케이트 선생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가끔,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어를 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유튜브를 보는 것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영어의 세계는 정말 넓고 깊으며, 다양한 공부거리들이 유튜브 밖에도 많습니다. 

유튜브 컨텐츠를 어느 정도 시청하셨다면, 이제 다른 방법도 한 번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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