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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현 Jun 26. 2020

달리기 다이어트 경험담(96->82) 인증 사진有

달리기, 웨이트, 식단 

먼저 이 사진 부터 보고 가시겠습니다. 왼쪽에 있는 사진은(추측컨대, 2017년 사진인 것 같고, 오른쪽 사진은 2019년 사진입니다). 

제가 일전에 다이어트 경험담을 쓴다, 쓴다 해놓고, 이제서야 겨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네요. 


96kg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요, 86kg까지 내려오는데 5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2달 후 82,3,4kg 정도 수준을 유지했고요. 작년에 방심했는지 87kg대까지도 다시 올라왔었습니다. 지금은 85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네요. 마음 먹으면 더 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운동 조금 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 참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되는게 저는 지금 "먹고 싶은 대로" 먹지만, 정확히 말하면 '고기와 생선류'를 먹지 않습니다. 달걀과 치즈, 우유도 먹지 않기 때문에 정의 상으로 비건(vegan)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냥 채식식단을 한다(plant-based diet) 정도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존감

사실 저는 남이 이야기해서 살을 뺄 사람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이 '자존감이 높다', '자아도취형'이라는 말도 하지만, 저에 대해서 대체로 만족하고 살려고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무게가 늘어나면서(정확히 말하면, 금연과 음주, 안 좋은 야식습관 덕분에), 점점 사진 찍기가 싫더군요. 사진을 찍으면 분명 나는 내가 더 잘 생긴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찐빵 같은 얼굴이 나왔거든요. 다들 나이 먹으면 살 찌는 거야, 라고 속으로 생각도 해보았지만, 내 주변을 보면 나처럼 살찐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남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존감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살을 빼야지"라고 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팔굽혀펴기였습니다. 정말 최악의 선택이죠. 최악의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제가 살쪘던 과정을 아주 간단히 설명해드릴게요.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동이 아니라 섭식입니다. 어떻게 먹느냐가 사실 다이어트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탄수화물, 설탕, 술 안 먹으면 살이 빠집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염분 섭취도 줄이면 좋죠.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는 살이 쪘을 때도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또 몇인분씩 시켜먹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지금 저는 제가 왜 살이 쪘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사실 밥을 안 먹고, 고기를 그닥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찌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답은요..


긴 음주시간과 지속적 안주섭취

이 두가지 조합이 정말 치명적입니다. 예를 들어 6시에 친구를 만나면 보통 11시 전후까지 마시게 되죠(요즘은 만날 친구도 없거니와 이렇게 길게 마시지도 않지만요). 그럴 때 안주와 술을 계속 먹습니다. 특히 안주를 끊임없이 섭취합니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배가 부른지도 모르고 안주를 계속 먹게 되더군요. 


그리고 난 다음에는 아침에 해장이라는 이유로 또 걸죽한 해장국을 먹습니다. 이게 반복되다보면 몸이 무거워지고, 점점 지방이 누적되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살 빼야겠다. 

이렇게 느끼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팔굽혀펴기였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하다가 하루 100개, 120개 이렇게 조금씩 늘려나갔습니다. 다이어트는 물론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틈틈이 운동도 나름대로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등산도 다니고, 걷기도 좋아하고.. 

그러나 하루 1-20분 운동 하는 걸로는 5시간 이상 알코올과 함께 먹어대는 음식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죠. 물론 여기서 술이 없어도 살이 찝니다. 저는 의외로 술을 안 먹는 분들 중에서도 다이어트가 필요하신 분을 많이 보는데, 술보다는 탄수화물, 밥, 설탕, 튀김 이런 음식들의 섭취여부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술을 먹게 되면 확실히 튀긴 음식이 땡끼게 되죠. 느끼하니까 또 튀긴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캬~ 합니다. 그 사이에 우리 몸은 열심히 남아 도는 칼로리를 지방덩어리로 만들고 있는 거죠. 


결과는 처참한 실패!

당연히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오랜만에 헬스장을 끊습니다. 그리고 결심합니다. 다른 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유산소는 아무리 시간 없어도 20분 이상 무조건 하겠다. 

딱 그거였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습니다. 단 하루도 쉬지 말 것. 

한 달을 그렇게 달리기를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고작 2kg 감량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 몸무게가 96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하고 나서 최소 3kg정도 빠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kg 내외로 빠져 있더군요. 그렇게 한 3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찬가지로 헬스장 끊은 이후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30분정도 달리기를 했습니다. 이 습관을 들인 것이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매일 하루 최소 30분 이상은 운동을 하거든요. 

당시 해외출장도 잦았는데, 해외 출장 가면 꼭 헬스장을 가서 최소 30분 이상 운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3개월정도를 뛰었죠. 

처음에는 음식 조절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3개월째 되던 날

3개월 정도 되더니 정말 일주일에 몸무게가 1kg씩 쭉쭉 빠지는 것이 보이더군요. 3개월에서 4개월차에 5kg 정도 빠졌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몰라보게 날씬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에 96에서 90kg될 때는 사람들이 아무도 제가 다이어트 하는줄 몰랐는데, 86kg 근처로 가자 보이는 사람마다 다이어트 이야기뿐이었습니다.


1) 아픈 거 아니냐

2) 날씬해서 좋아보인다

3) 따로 운동하시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90kg 전후까지는 식이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조금 자신감이 붙자 식이요법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밥은 반 공기, 국물 안 먹고, 고기는 조각내서 먹기

제가 드라마틱하게 밥량을 줄였던 건 아니지만,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할 때는 정말 살이 드라마틱하게 많이 빠졌습니다. 매일 매일 살 빠지는 재미에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와 진짜 70kg대까지 뺄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82kg까지는 찍어본 것 같습니다. 현재는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나가고요. 


이쯤 되니, 살 그만 빼라, 늙어보인다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 모교 교수님께서 굳이 제 페북까지 오셔서 "너 살쪄서 늙어보인다"고 저격을 하시는 바람에 약간 주춤했습니다. 


제 식이요법은 간단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 다 먹습니다. 밥은 반 정도 먹습니다. 고기는 양을 막 줄이진 않았고, 염분을 제거하고 먹었습니다. 대신 잘게 잘라서 먹었습니다. 잘게 잘라서 먹으면 확실히 덜 먹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저는 근 15년간 최저 몸무게인 82kg을 찍게 됩니다. 


부상

사실 다이어트 성공한 것이 너무 좋은 경험이었지만, 솔직히 아주 좋은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달리기를 너무 무리해서 하는 바람에 무릎 부상이 왔습니다. 거의 3달동안 전혀 뛰지를 못했어요. 저는 달리기만이 살길이라 생각하고 정말 죽을 듯 뛰었는데 못 뛰다니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근육운동을 시작하게 되지요. 덕분에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스쿼트 등의 매력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지금은 번갈아가면서 합니다. 한달은 달리기만 하다가, 또 한달은 근육운동만 하다가, 또 병행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운동합니다. 장마 오기 전까지는 밤마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30분정도 뛰는데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운동만 해서는 살이 안 빠집니다. 잘 먹으면 오히려 찔 수도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 효율을 생각하자. 

이미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는 시중에 너무 널려있기 때문에, 제가 꼭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만 3-4개 정도 짚어보고자 합니다. 


다이어트는 장기전입니다. 목표를 가지되, 하루 이틀에 하겠다는 조바심을 내시면 절대 안됩니다. 장기적으로 하면 누구도 못할 것이 없는게 다이어트입니다. 천천히 매일 하세요. 


단, 저의 경우 하루에 2시간씩 뛸 때가 있었습니다. 먹는 건 그대로 먹고 아침 저녁으로 뛰었습니다. 그 결과는...? 살이 더 찝니다. 많이 뛰니까 무릎은 아프고요. 신진대사가 빨라져 더 빨리 배고파서 더 많이 먹습니다. 다이어트의 최고의 효율은 자신의 '식욕'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마냥 굶으라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생활 속 나쁜 습관들을 조금씩 바꿔내는 것이지요. 혹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신다면 아이스크림만 끊어보신다든지, 고기 먹고 밥을 꼭 먹어야 하신다면 고기 후 식사를 끊어보시든지, 이렇게 해야 다이어트에 "효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운동만으로는 정말 비효율적입니다. 저는 96kg 나갈 때도 거의 매주 등산이다 뭐다 해서 나름대로 운동을 많이 찾아서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먹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다이어트는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1)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습니다. 2) 먹는 것을 관리하지 못하면 다이어트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루 2시간씩 운동하면서 몸을 상하게 하는 건 정말 바보같은 짓입니다. 저는 그래서 요즘 운동은 30분에서 많아야 1시간 정도만 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둘: 남의 말 듣지 말기 

아주 역설적이죠? 저 역시 다이어트에 대한 경험담을 쓰고 있으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지 말라니요. 무슨 모순되는 이야기입니까? 


네, 남의 말 듣지 마세요. 제가 다이어트 할 때 정말 옆에서 뭐라 뭐라 하는 사람이 많았답니다. 살을 빼면 더 보기 안 좋다, 근육운동 해라, 밥을 먹지 마라, 술도 먹지 마라... 이 모든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처음 3개월 정도 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루 20분 이상 달리기만 했습니다. 단,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요. 그것만 해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번에 술도 안 먹고, 밥도 줄이고, 근육운동도 하고 했으면 더 좋았겠지요. 그러나 저는 이 운동을 통해서 의외로 오래달리기라는 새로운 운동장르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무릎이 아파서 달리기를 하지 못할 때 자연스럽게 근육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저는 다이어트는 "자신에게 주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라고 정의합니다. 그 하나의 변화과정은 남의 혀에 의해 좌우되지 않습니다. 오직 그 일을 해내는 여러분의 팔과 다리, 즉 몸뚱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남의 말에 영향을 받으면서 고민하는 분을 의외로 많이 보았습니다. 그 시간에 뭐든 하세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스케쥴에서 딱 30분만 시간 비어도 시간 내서 운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 체험활동 2시간 시켜놓고 그 동안 달리기만 한 적도 있었구요. 그 땐 그것이 저의 삶의 규칙이었기 때문이죠.


남의 말 듣지 마세요. 여러분이 여러분의 '다이어트'를 위해서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설정한 바로 그 것을 하세요.

참고로 저는 

1. 운동 30분-1시간

2. 채식(대신 먹고 싶은 거 다 먹음, 고기, 생선, 우유, 계란 빼고)

딱 두 가지만 해서 유지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셋: 다이어트는 사랑입니다 

요즘 저는 매일 기분이 좋습니다. 의외로 이유는 단순해요. 그냥 몸이 가벼워서에요. 예전에는 항상 10kg짜리 짐을 메고 다니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그 짐을 훌훌 턴 느낌입니다. 그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살빠지면 입어야지 하고 넣어두었던 옷을 10년만에 꺼내 입는 즐거움 아세요? 누가 결혼 선물로 사줬던 남방을 10년만에 꺼내서 다시 입었답니다. 그동안 다려놓고 단 한번도 안 입었는데, 입어보니 참 맵시 나는 좋은 옷이었더군요. 

요즘 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가의 예쁜 옷을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저가의 옷도 많이 사면 돈이 꽤 되더군요. ㅠㅠ 


한줄요약: 자신에게 맞는 한가지 확실한 약속을 하시고 그 약속을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지키세요(예시: 유산소 운동 30분 이상 하기, 밥 줄이기, 9시 이후에 먹지 않기, 하루에 ***kcal 이상 먹지 않기 등등). 


여러분, 다이어트는 사랑입니다. 

사랑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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