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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02. 2021

파리바게뜨 근무한다고?
배꼽 빠지게 웃었다.

: 식빵에 대한 추억




아, 고소해~~


학교 가는 길 내 코를 강하게 자극한다. 

학교 앞 건널목 독일 빵집의 빵 굽는 냄새였다. 아침을 먹고 빵집 앞을 지나갈 때도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게 하는 중독성 강한 향기. 아침을 거른 날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면 정말 곤욕이었다.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잠재울 방법이 없었다. 빵의 그윽한 향기로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매일 아침 식빵을 한 조각씩 태운다는 사실은 후에 사장님이 알려주셨다. 빵 굽는 냄새가 아닌 빵 타는 냄새였다. 어떤 냄새이건 상관없었다. 난 빵이 그냥 좋았다.     


고등학교 1학년 새롭게 편성된 반에서 첫 짝꿍을 만났다. 짝꿍과 나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바로 빵 때문이었다. 아침마다 우리는 어느 빵이 더 맛있을까 매일 이야기했다. 빵 때문에 학교 가는 재미가 있었다. 한참 빵 이야기를 하다 식빵의 유래에 대해 논쟁을 했다. 난 프랑스가 만든 것일 거 같다고 했고, 친구는 독일빵집이 많으니까 독일이라고 우겼다. 우리 둘 다 모두 틀렸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식빵은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이다.     





어느 식빵이 젤 맛있냐를 가지고 점심시간 내내 이야기하기도 했다. 난 우유 식빵이라고 우겼고, 친구는 옥수수 식빵이 더 고소하다고 맞섰다. 그럼 우유 식빵 한쪽에 딸기 잼을 바르고 옥수수 식빵을 덮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때 빵 짝꿍이었다. 동창회 갔다가 우연히 내 번호를 알게 되어 연락한 것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다음 날 강남 역 빵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녁으로 빵을 먹자는 나의 제안을 친구는 거절했다. 그 사이에 입맛이 바뀌었나 했더니 아니었다. 회사에서 너무 많이 먹었다는 것이다. 빵을 너무 너무 사랑해서 매일 빵집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친구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근무한다고 했다. 


야! 너 맨날 빵집 사장 된다 하더니
빵은 질리도록 먹겠구나 ~~~


우리는 정말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었다. 소원을 이룬 친구를 아낌없이 축하해 주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 기간에 사직을 고민하던 친구에게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빵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식빵을 고를 때면 친구가 생각난다. 나의 식빵 사랑을 함께 나눈 친구. 내가 고른 식빵을 친구가 기획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오늘도 식빵 한 조각 속에 담겨 있는 추억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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