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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04. 2021

13년 만의 야구 한일전
아이들과 뜨겁게 응원합니다

운동 좋아하는 딸 1



엄마, 제발요 네? 저 숙제도 다 했고요.
집에서 매일 해야 하는 체크표도 다 했어요. 내일 8시요



"엄마, 제발요 네? 저 숙제도 다 했고요. 집에서 매일 해야 하는 체크표도 다 했어요. 내일 8시요"


그 모습을 아들은 소파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본다. 여동생이 엄마를 설득시키면 함께 동참하여 볼 수 있으니 힘들이지 않고 코 푸는 격인가? 


우리 집 거실에는 TV가 없다. 어떤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거실에서 TV를 치웠던 것은 아니다. 마냥 거실에서 TV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아들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이사하게 되었을 때 기회를 잡았다.  새로 이사 가는 집 거실에서 TV를 치우자고 주장했다. 영화와 스포츠를 엄청 좋아하는 남편은 심드렁했다. 나의 강력한 주장은 매일 계속되었고, 남편은 백기를 들어주었다. 

얼마 후... 

남편의 핸드폰이 바뀌었다. 화질이 기가 막히게 좋은 최신형 폰으로... 감수했다. 그렇게 거실에서 TV는 사라졌다. 


집안의 내무부 장관으로 근무하는 나에게 가장 큰 권력은 TV 리모컨이다. 그 누구라도 우리 집에서 TV를 보기 위해선 나의 제가가 떨어져야 한다. TV 시청을 위해 남매는 내 앞에서 조아린다. 


"무슨 경기인데?"

"축구요, 축구. 엄마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우리나라. 대한민국 축구가 올림픽 8강에 오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라고요. 정말 한 마음으로 응원해 줘야 해요"

"좋다. 어머니께서 친히 너에게 리모컨을 하사 하겠다. 대신 방청소를 하고 샤워를 끝내거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딸은 눈앞에서 사라졌고, 동생과 함께 안방으로 진입하기 위한 아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남매는  비장한 모습으로 안방에 입성한다. 아들의 손에는 꽁꽁 숨겨두었던 새우 깡이, 딸의 손에는 곤약 쫀드기와 젤리가 들려있다. 


얼마 후 거실에 있던 나에게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딸이 소리친다. 

"어휴~~ 좀 잘하지~~" 

"수비 수비. 수비가 약하잖아. 아... 아니지...., 그렇지, 그렇지. 잘했어" 


'잘했어' 골이 들어갔나 보다. 칭찬엔 인색하다. 잘했다는 한마디뿐. 그녀의 잔소리는 중계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녀가 안방에서 나온다. 

뒷모습이 서늘하다. 

그녀의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 듯하다. 안방으로 비장하게 들어갔던 그녀는 조용하게 방에서 나온다.  경기의 결과는 안 봐도 알겠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그렇게 6:3으로 패배했다. 


1시간 후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 눈빛이 아직 살아있다. 두렵다. 

"엄마, 내일 12시요. 점심 먹기 전까지 방학 숙제 열심히 할게요. 점심 먹으면서 1시간만 허락해 주세요

제 이야기를 다시 잘 들어보세요. 내일은 야구예요. 우리 LG 팬이잖아요. LG 오지환도 나와요. 내일은 진짜 이길 거 같아서 그래요. 이스라엘하고 해요. 이길 거 같아요. 진짜예요" 

그녀는 유치원 때부터 스포츠에 늘 간절했다. 인형을 가지고 논 걸 본 기억이 없다. 오빠 꽁무니를 쫓아 다니며 오빠 친구들하고 축구하고, 야구했다. 어느 순간에는 오빠 친구들이 딸을 찾았다. 멍멍이 발을 가진 친구보다 딸이 훨씬 잘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음날 12시 남매는 오전부터 비장하다. 아침을 먹자마자 성경 읽고, 말씀 선포하고, 잠언 읽기를 끝내자마자 숙제에 바로 돌입한다. 정말 대단한 속도다. 대한민국 올림픽 국가대표 야구단의 힘은 막강했다. 약속대로 점심시간 1시간을 허락했다.  드디어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승리다.  11:1로 이스라엘과 경기에서 승리했다. 1시간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 안애 3점 이상의 점수 차이를 벌렸기에 만족했나 보다. 


오늘 저녁 7시. 도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야구 준결승이 치러진다. 오늘도 그녀는 분주하다. "엄마, 엄마 제말 좀 들어보세요" 아침 부터 엄마 부르는 소리가 매미 소리처럼 귓가에 맴돈다. 


조별예선 2위로 마친 한국은 일본을 상대한다. 1998년 이후 한일전은 총 36경기가 펼쳐졌고 한국이 19승 17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승엽의 역전 2점 홈런에 힘입어 6-2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그로부터 13년이나 지나 일본의 심장부에서 다시 치러지는 한일전. 오늘은  나도 응원을 보태고 싶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일본은 꼭 이겼으면 한다. 야구 금메달보다 이번 경기 승리 소식이 더 기쁠것 같다. 이미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 냈던 야구 한일전. 정말 아이들과 두 손 모아 간절히 응원한다. 제발.....

대. 한. 민. 국.

대한민국 야구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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