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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05. 2021

코로나 속 여름방학 퓰리처상
사진전을 대면하다

여름방학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 (대전)



이것은 사진 콘테스트가 아닙니다.
그해 최고의 뉴스, 그것이 퓰리처죠


"엄마 이쪽이에요"

입구에서 엄격하게 방역을 마쳤다. 아이들은 이미 전시장 입구에서 기다리며 손짓한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은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 중에 있다. 여름방학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틀었다, 껐다를 반복하며 집에서 방콕 중에 답답해하던 어느 날.



"얘들아, 오늘은 나가자"

"어디요?" 이 시기에 어디를 갈 수 있겠냐며 반문한다. 몇 주 전 운전 중 대전 시립 미술관을 지나며 현수막을 보았다. '저 전시는 무조건 간다.' 속으로 다짐했었다.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 상의 전시를 놓칠 순 없었다.  답답해하던 아이들을 바라보며 전시가 생각났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오후 느지막하게 집을 나섰다. 시동을 걸자마자 창문을 내린 아이들은 바깥공기를 맘껏 대면한다. 그리웠을게다. 이 여름 자유로운 바람이...



# 대전 시립 미술관 특별전 트라우마: 퓰리처상 사진전 & 15분 


시립 미술관의 한쪽 벽을 거대한 현수막이 채워주고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1945년부터 2021년까지 총 125점의 작품을 시대별로 나누어 1.2 전시실에서 진행 중이다. 2021년 발표된 수상작 2점은 대전에서 처음으로 발표되는 것이라 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딸이 팔을 당기며 한 장의 사진 앞으로 안내한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정말 이랬나 봐요" 

1950년대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숨이 막힌다. 

무너진 다리 위에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나타내는 사진이다. 대동강 철교. 아이들과 아무런 말 없이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절박함과 절실함이 3D 화면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무너진 다리를 곡예하듯 건너며 살려는 몸부림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사진을 보고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느낀 건 처음이다. 


If it makes you laugh, if it makes you cry, if it rips out your heart, that’s a good pictures.
 - 당신을 웃거나, 울거나, 가슴 아프게 한다면 제대로 된 사진입니다. 
   에드워드 T. 애덤스(69년 퓰리처상 수상)                                        -출처:[안랩 사보 보안세상]



아이들과 나는 제대로 된 사진들을 보게 된 것이다.  

다리에 매달린 피난민들
1950년 10월. 맥스 데포 트는 AP 통신 소속으로 한국 전쟁을 취재하고 있었다. 중공군 20만 명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고, UN군은 후퇴했다. 12월 12일 대동강에 도착했을 때, 다리는 폭격으로 무너져 있었다. 피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뒤틀린 교각에 매달려 강을 건너고 있었다. 기자는 회상한다.


 엄청난 광경이었어요. 얼음이 떠다니는 강물 위 다리 기둥을 잡고 사람들이 다리를 기어서 건너고 있었어요


각 시대별 역사적 사건이 담긴 사진에는 시대의 현실과 흐름 속에서 저널리스트로서 주목하고 알리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는지가 녹아 있다. 사진 옆으로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아이들과 설명을 읽고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아쉬웠다. 근 현대사를 장황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 후회된다. 공부 좀 하고 올걸. 서운했다. 퓰리처상 사진과 아이들을 촬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전시장 안 촬영 금지입니다) 


퓰리처 상은 저명한 언론인 J.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하여 1917년에 창설되었다

언론 분야는 뉴스·보도사진 등 14개 부문, 문학·드라마·음악 분야는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있는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매년 4월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5월에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1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며,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에게는 금메달도 수여한다.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역사적 순간들을 담았던 다큐멘터리 영상도 2 전시실에서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며 왜 퓰리처 상이라 하는지, 그 안에 담겨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2차 세계 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쟁, 베를린 장벽 붕괴, 르완다 사태,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불타던 장면. 사진 한 장 한 장에 근 현대사가 담겨 있다. 삶과 죽음의 순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표정들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계 전쟁을 앞두고 고민하는 정상들의 번뇌가 엿보인다. 


1942년을 나타내는 사진 한 장을 시작으로 80여 년이라는 시간 속 역사 기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영화와 같은 한 장의 사진으로...


아이들과 나눔

1.  퓰리쳐상이 뭔지 알았니?

2.  가장 기억이 남는 사진은 뭐였어?

3.  네가 기자라면 어떤 순간을 사진 속에 담고 싶어?

4.  한 장의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5.  영화와 사진의 차이는 뭘까?

6.  2 전시실에서 보았던 다큐멘터리와 사진 중 어떤 것이 더 좋았어?


코로나 상황에서 사진이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다녀올 수 있었다. 퓰리처 사진전을 통해서 말이다. 


 




사진출처: 대전광역시 서구청 블로그 

[네이버 지식백과] 퓰리처상 [Pulitzer Prize]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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