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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ug 07. 2021

이 시대 최고의 지성
그도 아비였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어령 교수가 딸의 죽음 9주기를 맞아 서문을 다시 쓰고 편집을 새롭게 하였다고 한다. 초판 인쇄된 책을 책꽂이에서 찾아본다. 2015년 인쇄된 책이다. 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이가 쓴 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갈하다. 죽음을 바라본 아빠가 쓴 글이라 하기엔 너무 담담하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사랑하는 딸을 보내고 이어령 교수는 세상 모든 딸과 아버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를 위로하려는 마음으로 이 책의 초고를 썼다고 한다. 굿 나이트 키스를 기대하며 서재 앞을 서성이던 딸을 글 쓰는 리듬이 끊어진다 생각하여 안아주지 못한 일, 미용실에서 깜빡 잠이 들어 딸의 신부 입장을 늦춘 일 등의 일화가 담겨 있다. 안락한 집, 사립학교를 보내주는 것이 아빠의 역할인 줄 알았노라 담담히 고백한다. 미처 전하지 못한 사랑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오래전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읽었을 때 기억과 감정도 떠오른다. 우리나라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교수 글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멋있었다.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교토의 이야기는 교토에 머물러 있을 때 강연, 일기, 인터뷰 등을 모아 정리한 글이다. 2부 하와이에서 이야기는 실명을 앞둔 딸과의 시간을 기술하고 있다. 아픈 딸을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 변화와 함께 지성에서 영성으로 향하는 길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3부 한국에서 이야기는 한국으로 돌아와 쓴 글이다. 개인적으로 4부가 참 좋다. 딸과 주고받은 편지글이 진솔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에 담겨 있는 핵심 단어는 죽음과 사랑이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딸을 바라보며 울부짖다가도 죽음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설명해 준다. 스스로에게, 딸에게, 상실을 견디는 또 다른 모든 이에게 ‘이제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유튜브 강의를 통해 욕구를 잠재웠던 기억도 있다. 34년생으로 팔순을 넘기셨다. 나이와 상관없이 교수님의 글쓰기 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글쓰기 수업 시간에도 언급되었던 분이기에 그분의 책을 다시 끄집어내어 읽어 내려간다. 수업을 들으며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읽어본다. 탁월하다. 내가 감히 글을 쓴다면 이 교수님 스타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석 자를 검색해 보니 인터뷰 기사가 뜬다.     


기자가 묻는다.

“생명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교수가 답한다.

“생명은 최상의 가치지만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게 있어요. 지금 우린 코로나로부터 육체를 보존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지, 영혼을 보존하는 것은 도외시하고 있어요. 영혼이 병들어서 우울증이 많아지고, 혼자 사는 젊은이들의 자살률도 높아지잖아.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자각해야 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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