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있잖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봐. 자기 아들 검사가 좀 필요한 거 같아"
"네?"
"발달 검사나 언어 발달 검사 같은 거 해봐. 또래에 비해 많이 늦어, "
동네에서 오고 가며 친하게 지낸 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새로 이사 온 00 엄마는 큰 아이를 언어 장애아로 봤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에게 첫 아이다. 이제 6살. 주변에서 모두 첫째가 남자아이면 말이 좀 느릴 수 있다 했다. 그래서 괜찮겠지. 조금씩 좋아지겠지 생각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가 낮잠을 자는 틈에 언어 발달에 대해 검색을 시작했다. 집에서 가까운 종합 병원에 언어치료센터와 검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기 걸렸을 때마다 찾아갔던 이비인후과 선생님께 가서 상황을 말씁드리고 진단서를 받았다.
'길 건너 종합병원 000 선생한테 가보세요. 그 선생님 전공이에요.' 감사했다. 바로 예약을 하고 병원을 찾았다.
언어 치료실로 들어갔다. 언어치료실인가? 녹음실인가? 순간 헷갈린다. 녹음을 하는 스튜디오처럼 생긴 공간으로 아이는 치료사 선생님과 함께 들어갔다.
"선생님이 여러 가지 카드를 보여줄 거야? 카드에 나오는 그림 이름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면 되는 거야"
남자 선생님은 아이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검사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천천히 카드를 한 장 한 장 넘기셨고, 아이는 자기가 아는 동물이 나오는 것에 신나서 마이크에 대고 열심히 이름을 말했다. 6살 아이가 알만한 다양한 사물의 그림들을 수 십장 보여주셨다.
검사가 끝나고 20분 후 결과는 나왔다.
"음, 어머니. 아이가 말한 소리를 컴퓨터로 녹음해서 분석한 결과를 알려드릴게요. 아이가 받침을 전혀 발음하지 못해요. 이제 곧 7살인데. 제 소견으로는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이입니다.'
멍하니 앉아 있는 내 귓가에 선생님의 소리가 메아리친다. 하늘은 무너 지지 않았고. 가습이 메어지거나 쓰라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음 스텝이 더 걱정이었다. 선생님께서 언어 치료 센터를 소개해 주셨다. 어느 순간 난 집에 도착해 있었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세계로 와 있는 것처럼 멍하다. 생각은 계속하는데 시간은 멈춰 있는 느낌이다.
센터에 전화를 걸어 치료에 대해 여쭤보았다. 치료 방법과 시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상담 선생님께서 내 마음을 읽어 내린 것일까? 질문에 불안함이 묻어 있었을까?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좋아집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에요"
위로의 말이라는 건 알겠지만, 큰 위로가 되진 않았다. 그냥 조금 느리다는 게 솔직히 싫었던 거다. 6년의 시간에서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은 없었을까? 내가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어떠했을까? 아이의 느림이 모두 내 잘못처럼 느껴졌다.
첫 째라고 애쓰고 애썼던 지나온 시간에 대해 F 학점을 받은 기분이다.
* 느린 아이도 수학 공부할 수 있다. 매거진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1편입니다.
(느린 아이를 붙잡고 사교육 없이 초등수학을 함께 했던 수학에 대한 여정을 쓰려고 합니다. 수학 머리 없는 아이, 조금 느린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께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저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마시라고요. 천천히 가도 좋은 연산 문제집도 공개해 드릴게요. ^^. 조금씩 써서 올리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