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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Sep 08. 2021

아이의 언어 치료를 위한
엄마의 선택


6살.

5살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 챕터북을 읽고 쓰는 친구. 한글을 줄줄 읽는다며 한자 공부에 돌입한 친구.  초등 입학 전 영유 2년은 보내야 한다며 영어 유치원을 탐방하는 친구. 싱크빅이나 눈높이 학습지를 시작한 친구. 몬테소리 수학과 영어 가정방문 교육을 받는 친구. 오르다와 가베 수업 재미에 푹 빠진 친구. 모두 우리 아들들의 친구였다.


'영어 유치원을 알아보자고?,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영어'

속으로 외쳤다. 다른 친구들처럼 쫑알쫑알 말하기 좋아했더라면 나도 그들의 부류에 휩싸여 영어 유치원을 알아봤을 것 같다. 포기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말이나 제대로 하자.


언어치료센터에 전화해서 교육과정과 비용을 상담받았다. 아파트 대출에, 매달 들어가야 하는 고정비용을 계산하니 막막하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으셨던 교회 집사님께 여쭤보았다.

"엄마가 치료사 선생님처럼 매일 책을 읽어주고, 아이랑 많이 이야기하면서 지내면 어때?"

치료 센터의 수업 내용을 좀 알고 계셨다. 초1에 말을 잘 못하던 아이들도 학교 입학하면서 급속도로 진전되는 경우도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노출은 필요하다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선생님, 임신했을 때부터 책은 많이 읽어주었어요, 잠언도 시편도 읽어주었다고요. 자라면서도 책을 제가 얼마나 많이 읽어줬는지 아세요"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고인다.

아무 잘못도 없고 조언을 해주신 선생님께 괜스레 짜증 섞인 하소연이 나온다. 과거 아이를 키우는 동안 무엇이 잘못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시며 조용히  말하신다.


"아직 7살이야, 괜찮아. 천천히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아"

분명 날 향한 위로의 말인데 단 1%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난 내 아이가 느리게 천천히 가는 게 싫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느리단 말인가. 어디 가서 소리치고 싶었다. 옹졸한 엄마였다.  


'에고, 그래. 계속 읽어주자. 지쳐 쓰러질 때까지 읽어주자. 어디 한번 해보자'

책 읽어주기. 자신 있었다. 이래 봬도 고3 수능 이후 10여 년 동안 아이들 과외, 교회 초등부 교사를 한 경력이 있지 않던가.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거라면 자신 있었다. 자주 가던 어린이 도서관보다 더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을 검색했다. 매주 도서관 순례가 시작되었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도서관으로 갔다. 4인 가족. 한 사람당 10권씩 40권을 책을 빌려왔다. 아이가 싫다고 할 때까지 책을 읽어 주었다. 매일매일. 목이 아파온다. 머리도 지끈지끈하다. 몇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동생은 엄마의 다양한 목소리에 신기해하며 오빠 옆에 껌딱지처럼 앉아 멀뚱멀뚱 바라본다. 가끔씩 웃음 짓는 걸 보니 재미있나 보다.  


책을 읽어주는 것과 함께 병행한 것은 성경 암송이었다. 당시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서 성경 암송을 권유해 주셨다. 유니게 말씀암송 어머니 교실을 수강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최고의 고전. 성경

그중에서 사랑장으로 잘 알려진 고린도전서 13장을 1절씩 매일 읽어주고 따라 하게 했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절마다 끊어서 읽어주고 함께 큰소리로 선포하기를 매일 했다. 아이 소리만 들으면 도무지 뭐라고 말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엄마인 나에게만 들렸다. 고린도전서 13장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와 함께 세상을 향해 말하는 연습을 시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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