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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Jun 29. 2021

신비한 세계로의 초대- 여수 향일암

아이와 함께 보는 세상 (여행) - 여수  향일암



새벽에 내린 비는 촉촉하게 대지를 감쌌고, 
눈부신 아침 햇살에 초록의 싱그러움은 짙어졌다. 


새벽에 내린 비는 촉촉하게 대지를 감쌌고, 눈부신 아침 햇살에 초록의 싱그러움은 짙어졌다. 창밖으로 빼꼼히 드러낸 하늘을 보며 땅과의 경계선을 찾고 있을 때었다. ‘산책 다녀오자.’라는 큰할아버지의 소리에 분주하게 아이들을 준비시켰다.


“할아버지, 어디 가요?.” 큰아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음, 여수에 왔으면 향일암에 꼭 가봐야지, 향일암에 산책 간다.” 향일암? 태어나 처음으로 시어머니의 고향인 여수에 왔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여수에 대한 정보는 서울에서 너무 먼 곳이라는 것과 바다가 가깝다는 것이 전부였다.


매표소를 지나 향일암의 지형 표지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산책이라고 들었는데, 산책코스가 아니다. 등산코스다.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내 앞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아빠의 손을 잡고 신나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턱 밑까지 차오른 숨은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뒷모습은 저 멀리 지평선처럼 아른아른해졌다. ‘운동 좀 해 둘걸, 여기가 산책코스인가?’ 수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그림자를 바쁘게 따라가야 했다.


끝도 없을 것 같은 계단 위로 커다란 돌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군 같은 자태를 뽐내는 돌산 그림자에 압도됐다. 더 이상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 한 줄기 작은 빛이 돌 틈에서 가늘게 새어 나왔다. 커다란 암벽 사이에 작은 틈이 보였다. 반짝이는 눈망울에 신비로운 빛을 가득 안은 두 아이는 서둘러 돌 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루시가 옷장 문을 열고 나니아의 세계로 들어가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히 좁디좁은 어두운 길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엄마~빨리요!”

어깨를 스치며 암벽 사이를 빠져나온 나에게 나니아의 세계가 펼쳐졌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다. 단순히 그저 돌산이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또 다른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아찔해 보이는 절벽들 사이로 커다란 마당이 펼쳐졌고 멋스러운 정좌에 사람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내가 빠져나온 곳은 해탈문이라 불리는 석굴이었다. 석굴을 지나서야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지은 절이라는 안내와 함께 향일암이 모습을 드러냈다.



향일암은 높디높은 돌산 위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청명한 하늘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나가 되어 향일암 주변을 빛냈다. 초록의 싱그러움은 삭막한 돌산의 위로가 되어 주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선덕여왕이 이곳에 서서 원효대사와 함께 푸르름을 벗 삼아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일암 속에서 시간은 멈추었고, 자연의 멋스러움은 타임머신의 역할을 대신해주었다.


향일암에서 고요했던 새벽의 산책은 서울에 올라와서도 잔잔한 여운을 주었다. 험한 돌산에서의 추억은 아이들에게 루시가 되어 볼 수 있는 신비한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다음번에는 어떤 나니아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까? 설렌다.



여수에서 아이와 가볼만한 곳 
아쿠아 플라넷 :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강추 합니다. 
오동도 : 섬 자체가 너무 이쁜 곳이예요. 돗자리. 물에 젖어도 되는 슬리퍼. 간단한 물과 간식 바닷가 쪽으로는 그늘이 없으니 모자가 있어도 좋아요. 
여수 밤바다 유람선 : 여수~~밤바다  노래가 흘러나오며 화려한 폭죽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니 쌀쌀했어요. 어린 아이들의 경우. 유람선 탈 때 긴팔이 필요합니다.  
고소동 벽화골목 : 예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습니다. 여름이라면 아이들과 팥빙수를 먹으며 멋진 바다 뷰를 볼 수 있는 카페들이 줄지어 있어요. 겨울이면 코코아겠죠? 
이순신 광장: 코시즌이라 하지 않겠지만, 평상시 저녁에는 문화 행사도 이곳 광장에서 자주 열렸다고 하더라구요. 광장에서 고소동 벽화골목이 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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