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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Jun 29. 2021

추억을 함께 한 친구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원주 오크밸리




“엄마,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한대요. 우리가 같던 그곳 맞죠?”

얼마 전 신문을 보던 아들이 소식을 알렸다. 아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를 읽어내려갔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소유하고 있었던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매각한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적자 운영으로 인해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이 이 기사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있었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하고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찾았던 숙소였기 때문이다. 알펜시아 리조트 회원으로 오해를 받을 만큼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많이 방문했었다.      


첫 방문은 ‘오션700’이란 워터파크가 처음 생기고 가격이 특가로 나왔을 때였다. 졸린 눈을 비비고 새벽부터 출발해서 처음 알펜시아에 도착했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이동으로 유럽에 온 느낌이 들었다. 스위스풍의 이국적인 건물들은 나를 압도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숙소는 하나의 작은 마을을 이루어 놓은 것 같았다. ‘워터파크를 꼭 강원도까지 가야 하나’ 새어 나오려던 불평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새로 오픈한 워터파크는 너무 거대하지도, 너무 작지도 않았다. 아이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밖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나갔다. 외부에도 야외 온천과 함께 여러 종류의 미끄럼틀과 작은 풀장들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야외 풀장은 자연의 품에 꼭 안겨있었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온천에 누워 초록의 싱그러움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몸은 노근노근해 지고, 마음은 상쾌해졌다. ‘이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자연의 힘이구나’ 싶었다.      


2016년도에는 중국 하얼빈 빙설제가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렸다. 세계 각 나라의 주요 건축물들의 모형을 얼음으로 조각한 거대 전시가 열린 것이다. 눈이 유독 많이 왔던 겨울로 기억한다. 깜깜한 강원도의 밤에 투명한 얼음 조각상을 각양각색의 LED 조명이 비춰주었다. 조명을 받은 조형물들은 크리스탈처럼 빛이 났다. 핫팩을 붙였지만, 강원도 동장군을 막아낼 방법은 없었다. 발은 꽁꽁 얼어붙었고, 찬바람이 스치는 볼과 귀는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아이들이 행여 감기에 걸릴까 싶어 모자를 씌우고 핫팩을 다시 붙여주고를 반복했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신나서 뛰어다녔다. 얼음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었을까? 태어나서 이런 거대한 얼음 조각들은 처음 봤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마다 겨울이 되면 그때의 얼음 축제를 이야기한다. 꼭 다시 가고 싶다고 말이다.      



그 이후에도 짬이 날 때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은 강원도로 내달렸다. 도착지는 대부분 평창이었다. 평창은 계절에 상관없이 우리 가족을 늘 반갑게 맞아주었다. 봄에는 오색찬란한 꽃들로 치장하여 반겨주었다. 화려한 친구였다.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으로 치장하고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장군 같은 친구였다. 겨울에 새하얀 눈부신 신부로 변신하여 맞아주었다. 수줍은 친구였다. 

알펜시아는 가족의 추억들이 녹아 있는 곳이다. 아픔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까웠다. 새로운 좋은 주인을 만나 위풍당당함을 뽐내며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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