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 부안 곰소 염전
대지를 바다에게 내어주고
눈부신 볕에 바닷물을 내어준다.
“엄마, 여기 같아요”
좁고 거친 비포장 도로를 달려 지평선에 닿을 듯한 광활한 대지를 마주했다. 아이들의 소리에 차를 멈추었을 때, 비릿한 바다의 내음이 코 끝에 닿는다. 곰소항에서부터 흘러들어온 바닷물이 찰랑찰랑 고여 대지를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네모 울타리 안을 채우고 있었다.
“여기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시시하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난 2층 카페를 가리켰다. 소금 커피와 소금 찐빵을 파는 곳으로 곰소염전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메뉴와 소금 커피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오~”
테라스에 나란히 매달린 아이들에게 좀 전과 다른 알 수 없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곰소염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선 지금까지 책으로만 보았던 염전을 마주할 수 있었다. 같은 형태를 띠고 있지만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은 없다. 바닷물의 높이도, 하얗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쌓여 있는 새하얀 소금의 양도 모두 다르다. 바다부터 전해오는 매서운 바람과 거침없는 태양 사이에서 염전은 자기 모습을 지키고 있다. 바다에게 대지를 내어주고, 눈부신 볕에 바닷물을 내어주어, 우리에게 거친 소금을 전해주기 위해 말이다.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수 식품이다. 고대에서는 물건의 값을 소금으로 치렀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식품이었다.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 곰소 염전은 전국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천일염의 생산지라 한다. 조석 간만의 차가 큰 곰소만에서 생산되는 곰소 천일염은 순도가 높고 몸에 좋은 송화가루가 함유되어 있어 다른 지역 천일염보다 미네랄이 10배 정도 풍부한 고품질 천일염으로 유명한 곳이다. 곰소지역의 작은 마을에서는 곰소 젓갈과 곰소 소금의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지역의 명물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포장 도로를 이웃하고 있는 염전 옆으로 소금 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행색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나무들이 나란히 나란히 엉켜 붙어 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람에 놀라고, 비에 젖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 그을린 모습이다. 아무도 방문할 것 같지 않은 창고에는 저마다의 자물쇠가 그 안에 보물들이 숨겨 있음을 암시한다.
생애 첫 염전을 마주한 우리 가족 앞에 소금 커피와 찐빵이 나왔다. 커피 잔 주변에 타원형을 그리며 잔뜩 붙여 있는 소금의 짭조름함과 커피의 그윽한 쓴맛이 입안에서 오묘하게 어우러졌다. 단팥들이 엉켜 붙어있는 따뜻한 찐빵은 여행에 지쳐있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이 되었다.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왕포마을에서 곰소항을 거쳐 곰소 염전을 둘러보는 부안 마실길 7코스는 ‘곰소 소금 밭길’로 이름 지어져 관광객들을 맞는다. 끝을 알 수 없는 하늘에 맞닿아 끝없이 펼쳐져 있는 대지 위에 흘러넘치는 바다의 도움을 받은 염전은 옹기종기 모여 오늘도 곰소 마을을 빛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