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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pr 22. 2022

똥 손 아줌마 28만 원어치
목재를 주문했다.

아줌마도 할 수 있다. : 원목 책장 만들기 2편



지금까지 살아오며 목공을 접한 건 아이들과 함께 갔던 목공체험장이 전부였다. 목공에 대해 아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구에 관심이 많거나 무언가 만들기를 좋아하던 엄마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케아 조립가구도 만들어 본 적 없다.      


DIY에 대한 결심은 가구 브랜드 별로 책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에 “책장” 이란 단어를 입력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각 가구 브랜드 별 책장의 장. 단점을 설명해 준 유튜브 채널도 있었지만, 책장이란 검색어 앞에 ‘원목 책장, 원목 책장 만들기, 전면 책장 만들기, 목공 책장, 멀바우 책장 만들기’ 등 수많은 영상이 펼쳐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원목 책장 만드는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유튜버가 말했다.      


“참. 쉽죠?, 정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비싼 원목 책장 직접 만들어 보세요”     


“네!”

유튜버의 영상에 대고 대답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영상 속에서 정말 쉽게 만드는 모습에 넋이 나갔다. 왕초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 나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유튜버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정말 많은 DIY 제품들의 사진이 있었다. ‘비교적 쉽게 만들었다’는 후기 내용들도 많았다.      


주문 방법도 단순했다.

1. 목재를 고른다.

2. 원하는 디자인을 그려서 보낸다.      


▦ DIY 책장 만들기 첫 번째 관문 : 목재 고르기


첫 번째 목재를 선택해야 하는 부분에서부터 나의 마음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다. 한샘에서 예쁘게 만들어진 기성품 들 중 가구를 고르던 나는 원목 가구에 어떤 목재가 사용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에이, 그냥 배송까지 완벽하게 해주는 브랜드 가구 중 적당한 거로 살걸. 고생을 사서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중간중간 나의 마음을 계속 흔들었다. 이 모든 절차는 아줌마인 나에게 너. 무. 귀찮았다. DIY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아까웠다.

‘요술 램프 속의 지니가 나타나 나에게 딱 맞는 가구를 짠~~~ 하고 가져다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헛된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다시 기성품을 알아봐?’


그러기엔 고급진 원목 책장에 눈만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아줌마. 아줌마가 되고 나니 귀찮은 건 참 싫다. 마음을 가다듬고 우선 목재 종류를 골라 견적을 받아보기로 했다.


원목 가구의 소재로 사용되는 나무는 참으로 다양했다. 뭔 나무가 이리도 많나 싶었다. 알아본 정보를 정리해보면 원목은 단단한 정도에 따라 하드우드와 소프트 우드로 나누어진다.




▶ 소프트 우드

나무 중 잎이 바늘처럼 바깥쪽으로 뾰족하게 나 있는 침엽수를 모두 포함한다. 침엽수는 건조나 추위에도 강하기에 주로 북반구 국가 중에서도 높은 지대에 분포되어 자란다. 우리나라에도 소나무(pine), 삼나무(Cedar), 전나무(Fir), 편백나무(히노끼) 등 다양한 소프트 우드 종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프트 우드는 나무의 결이 연하면서도 부드러워 단단한 가구들보다 쉽게 가공할 수 있어 다양한 가구들에 사용되고 있다.      

    



▶ 하드우드

하드우드는 속씨식물에 속하는 활엽수에서 얻어진다. 하드우드는 소프트 우드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무거우며, 색, 조직, 무늬가 다양하고, 값이 비싸다. 참나무(Oak), 호두나무(Walnut), 티크(Teak), 단풍나무(Maple), 물푸레나무(애쉬), 체리(벚나무)등이 있다. 소프트 우드에 비해 조직이 단단하고 치밀해서 가공이 어렵고 특유의 나뭇결이 근사해서 같은 원목으로 가구를 제작한다고 해도 소프트 우드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소프트 우드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자연휴양림에서 옹이가 있던 가구, 유치원 가구, 밝은 톤의 유아용 원목 가구의 대부분이 소프트 우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목재 체험관에서 체험용 수납함과 독서대를 만들 때 못이 쉽게 박혔던 밝은 톤의 목재가 모두 소나무 (pine)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욕조에 많이 사용되는 히노끼가 편백나무라는 것도 몰랐었으니…. 할 말은 없다.   

 

아줌마다 보니 하드우드에 대한 느낌이 더 빨리 와닿았다.  

‘아!, 카페에서 보았던 고급스러운 테이블 상판, 식탁으로 사용되는 원목 목재, 주방 싱크 상판 등에 사용되는 원목은 대부분 하드우드구나….’     

하드우드 중 나의 시선이 머문 나무는 물푸레, 멀바우였다. 묵직한 느낌이 고풍스러워 보였다. 소나무에 비해 가격은 비쌌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멀바우로 견적을 받아 보기로 했다.   

  

▦ DIY 책장 만들기 두 번째 관문 : 가구 디자인     


목재 종류를 골랐으니 두 번째 할 일은 디자인이었다. 연필을 꺼내 들고 이면지에 쓱쓱 1분도 안 되어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그렸다. 책장을 사기 위해 검색을 하는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 원하는 책장이 담겨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견적을 받을 블로거의 설명대로 그렸다.

대. 충.



블로그에 가구 디자인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원하는 디자인을 치수만 적어서 대충 그려 보내주시면 됩니다”


‘대충’이란 단어에 마음이 흔들렸다. 딱 내 스타일이었다. 정확하게 그려달라고 하면 심중에서부터 짜증이 올라왔을 텐데…. ‘대충’이란 단어 하나에 마음이 편해졌다. 블로그에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는 대로 카톡 친구 맺기를 하고 대충 그린 사진을 올려 견적을 요청했다. 카톡을 보낸 지 15분 정도 후에 대충의 그림은 아래와 같은 도면으로 완성되어 돌아왔다.      



도면에 수정사항이 없음을 알리자, 견적서도 도착했다. 견적서에는 내가 고른 목재의 원판 가격과 재단 비 기타 필요한 부자재의 가격이 기록되어 있었다. 배송비는 택배 착불이었다. 소나무로 만들면 가격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하드우드의 중우함에 반해버린 나는 나무를 변경하고 싶진 않았다. 카톡으로

만들 때 참고할 만한 영상 3편도 보내주셨다. 주의 사항과 안내 카톡, 만드는 영상을 다시 확인해 보고 주문을 결정했다.    

  

‘나, 떨고 있니?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줌마도 할 수 있다 : 목공 편 - 원목 책장 만들기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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