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하게, 깊이 있게, 진솔하게

푸른여우도서관 / 우응순&김영죽, <시경 강의 1>

by 푸른여우
서평용파일.png 추천 지수는 上 : 『시경』을 읽은 기념으로 냠냠후기도 시처럼 한 번...

그러니 공부하지 말란다고 '네'하면서 책 덮으면 그대로 바보 되는 거지요. 방향을 살짝 틀면 괜찮아요. 거기에 원망하는 말을 많이 집어넣으면 되는 겁니다. (p.24)


이렇게 『시경』의 여자들은 그리울 때 주로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리운 이가 있는 쪽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죠? 그냥 이불 뒤집어쓰고 있지 않나요? (pp.88-89)


우리도 그렇게 합시다. 실연의 노래로 보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다 알지요. 실연의 고통스런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고, 또 마음이 편안해지리라는 것을요. (p.245)


흔히 '사서삼경'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듯합니다. 이는 '사서'에 해당하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과 '삼경'에 해당하는 시경, 상서, 주역을 합친 것인데요. 사서삼경이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 출제되었다는 점을 얼핏 아시는 분들께서는, 어쩌면 그중 하나인 『시경』의 내용이 어려운 성리학 서적이 아닐까 하고 예상하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시경』에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지금의 시처럼 진솔한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시경 강의 1』에서는 그중에서도 「주남(周南)」, 「소남(召南)」 편에 수록된 25편의 시를, <관저(關雎)>부터 <추우(騶虞)>까지 쉽게, 그러나 깊이 있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시경』의 세계로 단번에 들어가게 해주는 캐주얼함

보통 경전의 해석을 다룬 서적들은 원문과 번역, 해설을 덧붙인 일종의 문제집 형식을 띠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이 책은 독특하게도 제목처럼 '강의'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그만큼 캐주얼한 폰트와 더불어 『시경』에 수록된 시 각각의 해석을 다분히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앞서 인용한 문장과 같이 작품 내에서의 화자와 지금의 우리를 대조해 보거나, 다른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는 관련된 외국의 드라마를 언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 혹은 기초 한자 지식만 습득하고 있는 사람이어도 단번에 『시경』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탄탄한 지식을 기반으로 깊이 있게

그러면서도 이 책은 단순히 『시경』을 쉽게 읽히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주자 등 다양한 이들의 해석을 촘촘하게 전달하고, 개별 한자의 뜻풀이도 섬세하게 수행하면서 남다른 깊이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고 이해가 필요한 <행로(行露)> 등의 작품에 대해서는 연관된 배경지식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죠. 단순히 『시경』을 캐주얼하게 강의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의자의 탄탄한 지식을 기반으로 작품을 깊이 있게 설명해주고 있기에, 독자들이 『시경』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기에도 적합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노트로 필기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진솔한 시만큼이나 진솔한 해석을 도모하며

무엇보다도 이 책의 지향점은 시를 읽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에게 꾸준히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특징적입니다. 본 서적에서는 주자의 시 해석과 함께 강의자의 독특한 해석이 병렬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독자는 이로 하여금 고전을 읽는 방법이 하나뿐만이 아님을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떨어지는 매실을 소재삼아 자신의 감정을 읊는 <표유매(摽有梅)>에서는 주자가 제시한 교화의 측면보다도 화자가 스스로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해주고 계십니다. 서론에서 공자가 『시경』을 '생각함에 간사함이 없[思無邪]'(p.40)다고 언급하여 그 진솔함에 주목했듯, 강의자는 또한 '진솔한' 시를 '진솔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해석은 단순히 기존의 해석에 맹목적인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닌, 앞서 언급했듯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 작품들이지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나물 뜯어다 삶고, 괴로우면 술 한잔에 시름을 잊고.... 지금의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p.155)


비록, 이 책이 추구하는 캐주얼함이 어쩔 수 없는 시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려되는 지점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고전을 좀 더 쉽게, 또한 좀 더 깊이 있게 읽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본 서적이 곧바로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현재 4권까지 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각 작품에 어떤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여주실지 기대가 되네요.

이 책의 지향점에 착안하여, 저도 감히 책에서의 설명과 다른 해석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소남」 편 <소성(小星)>에 대해 강의에서는 이 작품의 화자에게 '불만이나 원망은 들어 있지 않다'(p.233)고 해석해 주셨는데, 저는 오히려 원망까지는 아니어도 불만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첩이 반짝이는 별을 보면서 출퇴근하는 자신과 '참으로 처지가 같지 않다[寔命不同]'(p.229)고 표현하였는데, 어쩌면 하늘에 고정된 별처럼 '새벽이나 밤에 공 계신 곳에 있[夙夜在公]'(p.229)는 이들을 떠올리며 공을 떠나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은연중에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렇듯 하나의 시가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 『시경』, 나아가 고전의 묘미이기도 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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