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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Aug 08. 2022

서툴게 헤엄치더라도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푸른여우의 냠냠서재 / 김민경, <인어는 너를 보았다>

추천 지수는 : ★★★ (6/10점 : 지금처럼 끈질기게 글쓰기를 사랑해주세요)


★ "그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늘 완벽하게 해냈잖아, 너는."

    "그건 과거의 제가...... 대단했던 거죠." (p.69)


★ "내가 널 도와줄게, 시종처럼. 인어를 잡을 미끼로는 인어가 제격이지." (p.122)


   어린 시절부터 인어를 좋아한 '정인아'는 어느 날 다른 세계의 인물과 몸이 뒤바뀌어 버립니다. 인어가 존재하는 세계에 온 것까지는 좋았으나, 하필이면 매정하게 인어를 살해해오던 인어 사냥꾼 '정연아'와 몸이 뒤바뀌는데요.

    소장의 지시로 인어를 포획할 처지에 놓인 인아는 점차 인어들과 가까워집니다. 선악을 알 수 없는 인물들 사이에서 인아는 마침내 세계의 진실에 다가서는데......


    독자의 눈길을 끄는 상상력, 클리셰를 뒤집어버리다

    김민경 작가님의 <인어는 너를 보았다>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뒤표지에 쓰인 '십 대 청소년 작가'라는  작가 소개보다도, '인어를 사랑한 소녀, 인어 사냥꾼의 몸으로 깨어나다!'라는 소개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만큼 작가님의 나이대보다도 스토리 자체에 관심을 갖게 하는  작품에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어를 좋아하는 소녀'와 '인어 사냥꾼'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 자체도 참신했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스토리 작법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자칫 평범해질 수 있었던 이야기를 독창적인 이야기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예시로, 보통 몸이 뒤바뀐 설정이라면 뒤바뀐 두 인물의 시점을 교차로 진행하는 것에 반해 이 이야기는 한 명의 시점에서 쭉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다른 쪽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청소년 소설답지 않은 결말 처리를 통해서 렬한 인상을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판타지 문학은 작품 세계에 독자들이 져들 수 있어야 하는데, 작가가 설정한 '인어가 존재하는 세계'는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작품 속 세계관이 점차 밝혀질수록 이러한 흥는 더욱 증폭됩니다. 때문에 작가님의 나이대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스토리 설정 자체는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툴게 헤엄치더라도 스토리는 한 방향만을 응시하기를

    그러나 이 작품은 아직까지는 서사 전개에 있어 서툰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는 연결이 매끄럽지는 못하며, 인물들의 말과 행동도 미리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 '이때는 이렇게도 행동할 수 있을 텐데,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이렇게 하네.'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다수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작품 내에 던져진 소위 '떡밥'이라고 하는 것들이 온전히 회수되지 못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욕망과 관련된 주제가 상당히 중구난방해졌습니다. 이 작품에는 선하지 않은 인어도 등장하는가 하면, 의외의 일탈을 꿈꾸는 인물 또한 등장합니다. 선악이 구분되지 않는 다양한 인물상은 분명히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 그리고 이들의 말과 행동 하나의 주제로 쳐지 못하고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소모되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임팩트를 주어야 할 '인어는 너를 보았다'라는 제목이 결말에 의미가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한 번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응원하고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다소 서툴게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체로 기존 작품들에 버금가는 독특하고 정교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작가님이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가 올바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끈질기게 글쓰기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그 열정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많이 반성하게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의 세계관이 지닌 매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능숙하게 헤엄치는 노하우를 끈질긴 열정 토대로 터득해나가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개연성과 탄탄한 필력을 바탕에 두어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개진할 줄 아는 뛰어난 작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는 제가 전하는 메시지일 뿐, 작품을 통해 느끼는 다양한 관점과 감정은 오로지 독자 여러분의 것이니까요. (p.242)

   여타 성인 작가들의 작품보다도 이 작품에 유독 애정을 갖게 는 이유는, 신의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겸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나 편의주의적으로 흘러가는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만, 이 작품을 몇 번의 수정을 거치고 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서툴게 헤엄치더라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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