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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Jun 22. 2023

다소 B급인데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

푸른여우의 냠냠서재 / 이창현&유희,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추천 지수는 ★★★☆ (7/10점 : 처음 느낌으로 2권도 계속 가주세요)

   ★ 근처에 도서관이 없으면요? / 이사를 가. 인간이 살 곳이 아니야! (p.109)


   ★ 독서도 마찬가지지. 물론 네놈들은 책 같은 거 읽지 말고 놀아야 해. 그러나 어른은 다르다. 일평생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은 한정되어 있어. (p.186)


   ★ 처음엔 살벌한 인간들이 아닐까 의심했는데... 다시 보니 그냥 사회 부적응자들이었어. (p.229)


   독서 모임에 참여한 '경찰'은 자기만의 신념을 가지고 책을 읽는 소위 독서중독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책에 관해서 은은하게 돌아 있는 사람들(그리고 동물)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데요. 책 내에 인용된 다양한 서적들과 모임 회원들의 생각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보면, 자신은 어느 정도 책에 빠져 살고 있었는지를 되새겨보게 됩니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었던 독서중독자들의 이야기

   이창현 선생님이 글을 쓰시고, 유희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신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입니다. '독서'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책을 몇 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개개인의 독서 습관과 신념을 전면에 내세운 책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마다 독서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공감시켜야 하는 만화의 소재로 쓰기엔 난이도가 있었던 것일까요. 그런 어려움을 이 책에서는 '취향이 아니어도 들고 읽어라!'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정면돌파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그 캐치프레이즈가 허세가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매번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서관이 근처에 없으면 사람이 살 공간이 아니라는 말에는 정말 격한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요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의견으로

   처음에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보며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등장인물들이 너무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개개인이 자신의 신념을 부딪치면서도 그것을 강요라고 여기지 않게 장치들을 몇 개 구비해 뒀습니다. 일단 제목 자체가 등장인물들을 '독서중독자'라는 부정적인 호칭으로 부르고 있었으며, 독서 모임의 외부에 있는 인원이 이들을 보며 '이 사람들도 사회부적응자구나'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님을 알게 합니다. 사실 책이라는 것은 어떻게 읽어도 좋은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양보할 수 없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만화로 그려냄으로써 전면에 끄집어내 주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이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B급이 지나쳐서 스토리는 산만해도

   단, 이 책이 독서에 대한 개개인의 가치관이 기분 좋게 녹아 있는 것과는 다르게 중심에 해당하는 줄거리는 전개가 진행될수록 기분 좋은 B급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인물이 알고 보니 엑스트라였다는 전개도 좋았고, 독서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을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어울리는 비밀경찰이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는 것도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해하게 했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전개가 점차 산만해지면서 '굳이 이런 전개를 택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초중반까지 작품이 지니고 있던 정서가 기분 좋은 B급이었다면, 클라이맥스에 접어들면서 그것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스토리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만, 평소 독서에 관해 지니고 있던 생각들, 그러나 속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신념이나 가치관들을 이렇게 만화를 통해 보는 것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최근에 2권 발매를 앞두고 연재분을 몇 개 읽어봤는데, 1권보다도 더 안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 기대가 되네요. 등장인물들에 비해 저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일개 독자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만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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