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대청마루가 있던 옛날 우리집에는 방이 세 개 있었다.
대문과 화단이 보이는 창이 넓은 안방과 창밖에 옆집의 가파른 벽이 보이던 볕이 들지 않는 어두운 작은방, 그리고 세를 주었던 마루 옆방이었다.
세희의 눈에는 언젠가부터 엄마가 자신을 챙기기보다 다른 일을 하였다.
우풍이 들지 않는 작은 방에 두껍고 두툼한 이불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아기 물품을 가져다 놓았으며 앞으로 이곳에는 아기가 있을 것이고 감기에 옮으면 안 되니 너희는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하였다.
세희는 엄마가 낯설게 보였고 불안한 마음에 전보다 더 엄마를 찾으며 어리광을 부렸지만 엄마는 쌀쌀맞게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집에 없던 몇일이 지난 후, 엄마는 이불에 쌓인 아기를 데리고 왔다.
엄마가 집에 왔다는 사실에 너무나 좋아서 곁에 가려고 했지만 엄마는 아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밤에 엄마의 곁에서 자고 싶어서 베개를 들고 작은방 앞에서 울었지만 엄마는 방문을 잠그고 아기가 깨니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나의 좌절감은 너무나 컸다.
엄마는 곁에 있었지만 나를 신경 쓰지 않았고 내가 받던 익숙한 관심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린시절 거의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긴 머리는 나에게 중요한 의미였고 나는 예쁘다는 이미지를 좋아했다.
남동생 석훈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엄마가 여러 가지 핀으로 정성들여 꾸며주던 긴 머리였지만 내가 있던 자리에 이제는 석훈이가 있었고 엄마는 나를 미용실에 데리고 가서 컷트 머리로 자르도록 이야기하였다.
자신이 머리를 묶어주지 못하니 관리를 못하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희는 미용실에서 울었다.
미용사 아줌마는 울고 있는 세희의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했고 그대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서 엄마는 세희에게 지저분한 머리를 왜 자르지 않냐고 반복해서 이야기하였다.
머리를 묶어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없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따르지 않는 세희에게 모든 원망과 불만들을 이야기하였다.
어린 세희는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들어 머리를 자르러 가겠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였다.
미용실에서 긴 머리칼을 자르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머리칼을 자르고 집에 온 세희에게 엄마는 얼마나 개운하고 좋냐고, 머리가 다 헝클어져서 다니면 주위 사람들이 엄마를 욕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세희는 마음이 쿵쿵 아래로 떨어지는 감정을 느꼈다.
자세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마음이 아팠고 나는 전혀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