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란트 4화

집과 밖에서 다른 아이

by 하늘바람

언니와 함께 하는 일상은 재밌었다.

옛날 우리집에서의 기억은 언니와 함께 놀이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화단에 있는 분꽃을 따서 씨 부분의 껍질을 벗긴 후 씨앗 알맹이를 쭉 당기면 꽃술이 살짝 걸린다. 씨앗 알맹이 부분을 귓속에 넣으면 고개를 흔들 때마다 살랑 살랑 움직이는 예쁜 귀걸이가 되었다.

언니를 따라서 귀걸이를 만들어보고 고개를 살짝 움직이며 거울을 보았다.

예쁜 거 같아서 기분이 좋고 웃음이 나왔다.

언니를 따라서 여러 가지 놀이들을 하였다.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얼음땡 같은 놀이들을 하였는데.

언니가 놀러 나갈 땐 같이 나가자고 조르기 일쑤였다.

소윤이는 그런 세희를 귀찮아하였지만 막상 놀이를 할 땐 세희에게 깍두기를 시켜주었다. 언제나 따뜻하지는 않고 따라 다니는 세희를 귀찮아하며 모진말로 세희의 속을 상하게도 했지만 든든한 언니였다.

화단과 마당에서 둘이서 하는 놀이도 기억이 난다.

세희가 어릴 땐 집집마다 콘크리트로 된 쓰레기장이 있었다.

세희와 소윤이는 햇빛 좋은 오후가 되면 쓰레기장 위에 앉아서 담 너머에 누가 지나가는지 보며 쑥덕쑥덕 이야기를 하고 낄낄거렸다.

누군가 시작한 노래를 신이 나서 큰 목소리로 함께 불렀다.

노래 가사를 지어서 불러보며 “너는 바보야~”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실컷 웃었다. 뭐든지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콘크리트 사이에 기어가는 개미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눌러 죽이며 아무리 죽여도 계속 나타나는 개미의 숫자를 세어보기도 하였다.

100을 넘는 숫자도 세는 언니가 멋져 보였다.



집에서는 큰 목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하는 세희였다.

그렇지만 참 이상하게도 집 밖에 나가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낯설은 환경에서 낯을 가리는 성격이 있었다.

집에서 화가 나면“나 화났단 말이야”라고 큰 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집 밖에서 화나는 일이 생기면 고개를 들고 상대방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런 성격이 싫었지만 아직 어린아이였던 세희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더 속이 상했던 건 엄마와 언니의 반응이었다.

집에서는 호랑이지만 밖에 나가면 말 한마디 못 한다는 표현으로 세희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어떤 표현에 따르면 두 얼굴을 가진 아이였다.

집에서는 자유로웠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거나 낯설은 사람과 함께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말을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누군가 물어본 것에 대해서 대답을 할 땐 모기처럼 작은 소리로 대답하였고 어색함에 고개를 들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집 대문 밖에서 세희의 모든 행동은 부자연스러웠다.

또래 어린아이와는 다르게 생각이 많았고 어색함을 극복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은 그 당시에 우선.. 실패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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