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란트 5화

초라한 어린날

by 하늘바람

처음에는 우리집에 새로 온 아기가 미웠다.

남동생이라는 아기는 세희의 삶을 뒤 흔들어 놨다.

이제는 짧아진 세희의 머리가 아침에 일어나면 베개 자국에 붕 떠 있었다.

“드라이한 것 같다.”

옆집 아이의 농담을 들으며 이제 칭찬인지 아닌지 구분이 잘되지 않았다.

아기는 조금씩 자라며 기어가고, 일어서고, 좀 더 자라니 한 발짝씩 걷기도 하였다. 어른들은 석훈이의 하나하나를 보며 박수치고 웃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곁에, 석훈이의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이젠 작은방에 들어갈 수 있었고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기와 놀아주라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아기와 함께 놀아주었다.

평소에 자기보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던 세희였다.

아기의 장난감들을 이용해서 딸랑이도 흔들고 오뚝이를 가지고 장난도 쳐 보았다. 아기는 꺄르르 웃으며 참 예뻤다.

언니보다 아기와 잘 놀아준다는 엄마의 말은 왠지 모르게 으쓱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아기가 자라는 동안 세희는 초등학교에 적응하고 매일 마다 학교에 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발걸음을 향했다.

학교에 가면 세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은 친구가 말을 걸었지만 멍청하게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세희에게 금방 호기심을 거두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말을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아이로 세희를 생각해 버린 것 같았다. 이젠 말을 거는 친구도 없었고 세희는 그저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서 책상과 함께했다.

친구들은 서로 이야기 나누었다.

“어제 우리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줬다.”

“나는 우리 오빠가 싫어”


세희는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나는 있잖아. 남동생이 있는데 걔는 아기야. 정말 귀엽다.’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해서 나는 어제 맛있는 밥을 먹었어’

그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말 하고 싶었다.

이야기할 수 있잖아.

말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야기 나누는 친구들 곁에서 바라보고 망설이며 생각만 하고 있으면 친구들은 금세 다른 놀이를 찾아서 흩어졌다.

어쩔 땐 곁에서 오랫동안 이야기 나누는 친구들이었지만 세희는 그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속으로 대답을 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생각하였다.

이야기 나누는 친구들을 쳐다보며 있다가 친구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놀라서 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속이 상했고 학교가 너무 싫었다.

집의 담을 지나서 나가면 나는 바보가 된다.

마치 무슨 마법인 마냥 풀고 싶지만 풀리지 않고 해결할 수 없는 인생문제였다.

집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아기의 작은 행동은 모든 시선을 모았지만 세희가 작은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세희가 제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하며 가족에게 자신의 인생 고민을 이야기했다고 해도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뻔하였다.

“어휴. 너는 진짜 왜 그러니. 바보니.”

세희 마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생각하며 고민 나눌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때는 그저 말을 하지 않았지만. 3학년이 넘어가면서 세희는 마음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다.

조용히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세희는 풀리지 않는 자신의 문제를 비롯해서 이 세상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들이 떠올랐다.

그즈음 티비에서 하는 주말의 명화를 좋아하고 그런 영화들을 보면 마음 안에 감동이 있었고 많은 생각들을 주었다.

사람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영화가 좋았다.

내가 마음의 울림을 받았으니까..

나도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혼자서 생각해보았다.

‘영화배우가 되면 어떨까?’

아니야. 배우가 되면 사람들 앞에 있어야 하니까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영화감독이 되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멋졌다!

나는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다!

내 마음안의 소중한 것들은 그 어떠한 도둑도 훔쳐 갈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그때의 세희는 혼자였지만 마음안의 공간에 소중함들을 차곡차곡 조금씩 채워가고 있었던 것 같다.




집과 학교에서의 느낌은 너무나 달랐다.

공기와 햇빛, 햇빛 사이에 보이는 떠다니는 먼지까지. 그 너머 우주까지..

그 공간들이 달랐기 때문에 세희도 집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는 등교 후에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냥 나는 조용한 아이. 라는 생각으로 말을 거는 친구도 없었고 나도 그게 편했다.

그렇지만 집에서.

그리고 집 앞 공터에서 놀이하던 동네에서는 활발한 모습이었다.

놀이를 하며 큰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였고, 놀이에 참여하며 많이 움직였다.

다른 사람이 보면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천천히 움직이는 아이가.

동네에서는 저렇게 이야기를 잘 하는 구나.

저렇게 활발한 모습이구나.

하며...

활발한 자유로운 모습을 나의 것으로 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희망사항 이었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세희는 등굣길이면 벌써 얼어 있었다.

동네 친구가 같은 학교 옆 반에 있었고. 세희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저렇게 찌질한 애가?”

그렇게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곁에서 들으며 마음속에 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그 어느 말도 내뱉지 못했다.

말이 떨릴 거 같고, 더듬거릴 것 같고, 작은 소리일 것 같다.

저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떡하지..

마음안에서 여러 갈등을 느끼며 초라하고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리고 그 후에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학교에서의 싫은 나의 모습은 집에서의 자유로운 나의 모습을 잠식해갔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답답했다.

마음이 아팠고, 악악! 소리 내어 속상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여름밤들은 너무나 고요했고 곁에 누워있는 가족이 깨어날까 봐 뒤돌아 누운 세희의 눈가엔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용하게 숨죽이며 나의 슬픔을 숨겼고 뒤돌아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했다. 그리고 나의 각각 다른 모습을..

두 얼굴의 모습을..

사람들이 의식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초라해지고 작아졌고 숨어서 피해버렸다.

이전 04화나의 달란트 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