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달란트 6화

빛나던 친구

by 하늘바람

정연우.

그 아이는 지금 나를 기억할까?

나 자신도 그 아이의 많은 부분들이 모두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아이의 빛나는 행동과 이미지들은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연우는 옆집에 이사 온 동네 친구였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잘하며 좀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아이들까지 연우에게 집중을 하였다.

다른 아이들은 연우의 작은 표정까지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였다.

그때의 연우는 자신의 자유로운 모습을 온전하게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세희의 눈에는 너무나 멋졌다.

연우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 아이와 친해지는 건 너무나 멋진 일이었다.

처음엔 세희에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던 연우는 세희가 자신에게 집중하며 공감해주고 웃어주고 시답잖은 일로 서로 장난을 치며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연우와 세희는 서로에게 ‘친구’라고 부르는 의미가 되었다.

학교를 하원해서 집에 와 있으면 “세희야, 놀자”하며 연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연우와 세희가 함께 집 앞 내리막길을 뛰어서 놀이터로 향하며 얼굴을 스치던 바람은 볼을 가만히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길 같았다.

그건 참 기분이 좋았다.

점점 연우의 자유로움을 조금씩 닮아가고 싶었다.




몇일 후 학교 복도 계단에서 세희와 마주친 연우.

친구들에 둘러싸여서 지나치던 연우는 세희를 발견하고 “세희야, 안녕”인사를 하였다.

연우 주위의 아이들이 세희를 쳐다본다.

세희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수치스러운 내 모습을 들켜버린 것만 같았다.

이 기분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의 두 얼굴의 모습을 본 그 아이는..

내 뒤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다른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세희는 두려웠다.

그 후 연우는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리고 집 앞에서 여전히 평소처럼 세희의 이름을 불렀지만, 세희는 그 전처럼 연우를 대할 수가 없었다.

어색하게 있다가 그저.

집으로 들어왔다.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다.

가슴을 치며 소리치고 울고 싶었다.

하지만 세희는 조용히 마음 안에 슬픔을 차곡차곡 쌓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석훈이에게 밥을 먹이며 “까꿍, 김치 먹어보자” 이야기하는 세희는 슬픈 자기 자신을 감추며 스스로 돌봐야 하는 자신을 팽개치고 있었다.

‘자신을 부끄러워서 숨기며 사랑하지 않는 나는 그 어떤 것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서서히 연우와 세희는 그렇게 멀어졌다.

세희 마음안의 돌덩이가 스스로를 짓눌렀었던 것 같다.

연우는 그저 그렇게 좋은 기억이다.

빛나는 기억이다.

그 곁에서 자유롭게 표정 짓고 편안한 웃음이 나오던 친구였다.

그 아이가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그 아이는 마음 안에 진짜를 가지고 있었을까?

내 마음 안에는 사랑이 없었고 공허했다.

내가 하는 밝은 모습, 웃는 얼굴은 가짜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모습을 보이는 내 자신이 자책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이중성을 알아버리고 나를 곁에 두고 뒤돌아서서 이야기하는 타인들의 시선이 무서웠다.

나를 어둡고 두려운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그 순간이 싫었다.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숨겼다.

내 마음의 공허함을 따라서 나는 공허한 사람이 되었다.

가짜를 향한 비난을 풀어낼 수 없었고 나는 그것을 피해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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