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숨기기, 현재의 상처
상처의 시간들
혼자이고 쓸쓸한 일상 중에서 세희의 겉모습은 너무도 초라하였다.
홀로인 하루와 친한 친구에게도 편안하게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에 마음 안에는 커다란 돌덩이가 누르고 있는듯 하였다.
어린 시절 소리 내어 웃고 큰 목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환한 기억들은 저 멀리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 되어서 멀고 먼 강 사이의 닿을 수 없는 추억인 것 만 같다.
타인이 주는 상처.
지나치는 말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에 눈을 바라보며 그 대답을 듣는 행동이 너무도 어려웠다.
어색한 그 시간.
세희는 무겁고 버거운 그 시간을 버텨내지 못하였고 웃어버리고 딴소리를 하였으며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다리지 못하였다.
세희의 행동에 친구는 존중받지 못하였다는 생각을 하며 같은 방식으로 세희에게 대하였고 그 상처는 되풀이되며 쌓여갔다.
자신이 의도하지 못한 상처를 주고받으며 세희는 친구에게 무시당하였고, 무시하였다.
쉽게 생각해보면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되었을 텐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음안의 돌덩이는 가슴을 누르고,
홀로인 현재는 힘겨웠지만.
친구와 이야기를 잘 나누다가도 어느 부분에서 친구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기도 하였다.
성격적인 결함이었다.
조금의 변화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좋은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남들과 비교하며 남보다 더 낮아지려는 세희의 이상한 성격과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를 망치며 혼자인 삶을 만들어 간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바꾸지 못한 성격은 평생을 두고 그녀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현재의 상처
다시 현재.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혼자임을 슬퍼하지만 익숙한 친구 같은 외로움을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건.
현재 세희의 삶에 있어서 세희의 어색함에 발을 맞추어 줄 수 있는 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는.
가는 길을 알고 있으며 함께 걷는 그 길 위에서 천천히 걷는 그녀의 발걸음에 자신의 속도를 맞추어 줄 수 있는 그런 고마운 사람을 기대한다.
카페에 마주 앉아있으면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사람을 소망한다.
상처딱지 위에 만들어진 그 위태로움.
그 불안정한 세희의 성격과 상처를 알고 있으며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
직진해서 다가오는 그 사람.
그리고 조금씩 세희를 이해하며 손에 힘을 주어서 세희의 손을 꽉 쥐고 먼저 놓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세희의 마음을 잡아 줄 수 있는 그 사람.
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하고 선명하지 못한 세희의 삶에 있어서 기다리며 만남의 축복을 기대한다.
시선을 맞추지 못한 기억을 뛰어넘어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그런 소망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내는 세희는 자신의 아집적인 성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에게 감사할 것이다.
혼자이다.
여전히.
아직도.
그렇지만 소망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함께 시선을 맞추어서 같은 곳을 바라볼 그이.
아직 만나지 못한 그이에게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다.
세희는 인연인 사람과 만날 것이다.
“우리 일상을 함께 하자”
이 삶 속에서 함께 세상을 살아나가는 축복을 기대하며 주께 간구함으로 기도하고 믿음으로 하루의 숨을 쉰다.
‘내 외로움... 토닥여줄 수 있겠니?’
만나면 그렇게 물어보고 눈을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고싶다.
나의 겉모습.
초라함.
현재의 볼품없는 겉모습과 세상의 잣대로 한없이 낮은 사람인 세희.
나름의 마음 안에 보석을 품고 있는 세희의 내면을 알고 이해하며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그.
그는 어떤 사람일까?
얼른 만나고 싶다.
내게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걸음을 상상해 보고.
그 얼굴에 미소를 기대한다.
세희가 그를 만나기 위해선 세희의 노력도 필요하다.
어색함을 견디고 그를 바라보기.
눈이 마주친 후에 그가 말을 하길 기다려주기.
어렵지만 노력해 보자. 세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