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20대
어둡고 작은 방.
나의 초라한 몸을 숨기는 도피처.
티비에서 봐 왔던 대학시절의 캠퍼스 생활을 선망했다.
흔한 책과, 음악에서 표현하는 눈부신 20대.
인생에 한번 뿐이라는 빛나는 그 젊음의 계절을 나는 시선을 들어서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나의 20대는 어두운 곳을 찾아서 숨어다니는 그림자 같았다.
그 그림자는 나의 아픔을 담고 있었으며 이 세상의 가짜에게 내려진 크나큰 벌을 받고 있는중이었다.
나이 20살.
용기를 내어서 엄마에게 이야기하였다.
“대학 입시 공부 한번만 해볼께요..”
“네 나이에 무슨 입시 공부야.”
“집에 돈도 없는데 돈이나 벌어.”
“쌍둥이네 집 딸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월급 받아서 벌써 용돈을 준다더라”
‘그냥 EBS책만 사줘요.’
‘내가 알아서 할거니깐..’
혼자서 되새기는 이야기.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
말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는 저 사람.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 저 사람.
나를 태어나게 한 것이 저주스러웠다.
진작에 죽지 못한 것이, 잠자리를 잡다가 그 옥상 난간에서 뛰어내리지 못한것이,
이렇게 큰 저주로, 큰 벌로.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일까?
그저 꿈을 꾸는 시간이 이 현실에서 도피하는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늦잠을 잤고, 계속 잤다.
눈을 뜨면 보이는 나의 이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진정선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때 앞자리에 앉아있던 친구.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가끔은 전기가 끊기기도 한다는 그 아이는.
고3 시절에 수능 공부를 하였다.
지금은 재수를 한다고 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아프시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선이와 만나서 함께 있으면 백숙을 삶아놨다고 얼른 밥 먹으러 집에 오라고 연락을 곧잘 하셨다. 언젠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만약 대학 가면 대학교 학비는 어떻게 할 거야?”
“그건 나중에 그때 가면 고민할거야”
“엄마가 우선 대학에 붙으래”
그 아이는 이야기하며 웃는 얼굴이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명동에 놀러 가자는 정선이를 따라서 그 시절 유명한 장소이던 명동거리를 걷고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 사이를 지나쳤다.
넓은 통유리창이 있는 카페에서 오늘의 커피를 리필 해 가며 몇 시간이고 시간을 보냈다.
발이 넓게 친구가 많은 정선이는 재수를 하며 한번 더 입시에 실패하고 아는 사람에게 소개를 받아서 작은 회사에 취업을 하였다.
성수동의 출판업체였는데 야무지게 일을 잘하는 그 아이를 눈여겨보던 얼마 나이차 나지 않는 상사가 호감을 보였다.
그때 만났던 정선이는 롱치마를 입고 끝이 뽀족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세희도 교복치마는 입었었지만 사복으로 치마를 입는다는 게 어색하였다.
“너도 치마 입어봐.”
“허리를 굽히지 말고 펴고 서봐. 훨씬 예뻐.”
정선이는 그 당시에 카페 알바를 하며 알게 된 오빠와 사귀고 있었고 그 다음해에 결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