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업계에서 금융권 핀테크 회사로 이직한 후 첫 6개월간 정말 적응하느라 많은 애를 먹었다. 사실 같은 업계로 이직하더라도 결제라인이나 회사 시스템 알아가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심지어 업계가 정말 다르다 보니 정말 배워야 할 것들이 태산이라 혼이 쏙 빠져있었다.
하지만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 좀 여유가 생겨 다시 키보드를 잡아 보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주변 사람들이 타 업계로 이직한 노하우가 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한번 정리해서 올려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브런치에 접속하게 되었다.
우선 이해를 위해 필자의 이력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필자는 소비재업계 경력 4년 차 디자이너이고 IT 관련 경력이라고는 학생 때 관련 스타트업이나 인턴 했던 것 정도밖에 없다.
사실 그래서 처음에는 UIUX나 웹디자인은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IT회사에 미련을 못 버렸던 필자는 내가 했던 경험들중에 어떤 부분이 관련이 있었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1. 내 업무 속에서 업계와 연결고리 찾아보기
내가 여태껏 해왔던 주 업무들은 공간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소셜미디어 포스트와 DM 제작 정도였는데, 사실 이런 업무들은 전혀 IT회사의 웹디자이너나 UIUX디자이너랑은 관련이 없지만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것들을 찾아보다 보니 패키지에 들어가는 원료 아이콘들이 있었다. 그래서 패키지에서 따로 원료 아이콘만 추출해서 포폴에 넣어놓고 내가 어떤 식으로 아이디에이션 했는지 포폴에 정리해서 한 장 추가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들 중에 앱이나 웹에 관련된 작업을 한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과거에 했던 작업 물들 중에서 앱/웹 관련된 것들을 찾아서 그것들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때보다는 지금이 디자인 이해도가 높아졌으니 디테일하게 모자란 부분들을 수정할 수 있었지만, 가설이나 기획안이 지금 보니 많이 퀄리티가 떨어져서 자료도 보충하고 포인트도 다시 잡고 나서야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었다. 사실 퀄리티가 떨어지는 내 대학시절 과제를 뜯어고치는 것보다 아예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지만 막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니 막막해서 대학시절 과제를 고치기로 했다. 4년 가까이 경력이 쌓인 상태에서 다시 복기를 하니 그때는 이해가 안 갔던 교수님 말씀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무쪼록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대학시절 만든 앱 포폴/수정 전
대학시절 만든 포트폴리오는 그냥 보기에도 학생티가 풀풀 난다. 레이아웃도 정렬이 잘 되어있지 않고 정보를 습득하기도 쉽지 않으며 폰트 사이즈도 들쭉 날쭉이라 보기가 힘들다.
대학시절 만든 앱 포폴/수정 후
우선 기획이 별로여서 기획단계에서 뜯어고치고 디자인도 다 뒤집어엎었다. 기본 콘셉트는 가져가되 좀 더 합리적으로 유저 플로우를 생각해 보았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물론 기술적인 한계도 있고 기획이 완성도가 있지는 않지만 포폴로 간신히 사용할 정도로만 만들었다.
3.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만들기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웹디자이너나 UIUX디자이너 포지션은 구인공고를 올릴 때 포트폴리오 파일과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두 가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웹사이트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은 이 두 직무를 가기 위해서는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WIX 같은 가입형 템플릿으로 만들기보다는 자유도가 높은 설치형 워드프레스나 직접 코드를 써서 만드는 방식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설치형 방식이나 직접 코드를 쓰는 경우,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이면 많이 들일 수록 웹디자이너나 uiux디자이너들에게는 자신의 디자인 + 코딩 실력을 어느 정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1번부터 3번까지는 지원자라면 누구나 다 하는 행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에 붙을지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시간을 들여서 회사를 위한 맞춤 디자인을 보여준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해당 회사에 열정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면접자들보다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원하는 회사에서 걸려온 면접 일정 전화를 받았을 때 바로 해당 회사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서칭 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할 직무와 매칭을 해서, 현재 회사에서 내보내고 있는 디자인들 중에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일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분명 실무자 입장에서는 내가 판단한 부분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열심히 찾아봤고, 외부 입장에서는 해당 회사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도출했는지만 근거를 명확히 들어서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들도 내가 내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 - 원본 이미지 / 오른쪽 - 수정 이미지
왼쪽이 원본 이미지이고 오른쪽이 수정된 이미지이다. 사실 나는 웹사이트나 앱 관련해서는 피드백을 하기가 경력 측면으로 봤을 때 힘들기 때문에 내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가닥을 잡아서 리디자인을 진행했다. 현재 이미지가 단조롭기도 하고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힘들기 때문에 오른쪽의 수정된 이미지에서는 포스팅의 내용을 조금 더 한눈에 알기 쉽도록 일러스트레이션을 바꿔서 진행했다. 또한 간단한 gif 버전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나의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실력을 알리고자 애썼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나의 일러스트레이션 실력을 보고 앞으로의 회사 일러스트레이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함께 할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고 나는 내가 원하는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