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하늘을 만난 날

by 하늘자까

나는 하늘을 좋아한다. 특히 따듯한 느낌을 내는 하늘을 좋아하는데, 하늘은 약속하고 그 색을 내지 않고 어느 순간 봤을 때 어여쁜 것이어서 그런 하늘을 보면 선물같이 느껴진다. 낯선 곳에 있어도 하늘이 예쁘면 ‘어딜 가나 하늘이 보여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하늘을 좋아하지만 며칠 째 장마의 영향으로 회색빛의 하늘이 이어지기에 내리는 빗소리를 위안삼은 나날을 보냈었다.


회사 동료들과의 식사 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낯선 곳에서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모바일 지도를 켜고 근처 역을 찾던 중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구름 한 점 없는 저녁 하늘이라고 생각했는데 낮은 건물들 사이로 구름이 가라앉아있는 걸 봤다.


적당히 펼쳐진 구름. 그리고 하늘색이 노을과 겹쳐 연보랏빛을 내는 듯 주황빛을 내는 듯한 색감이 눈에 들어오니 마음이 ‘착’하고 편안해졌다. 장마철 짙은 회색빛의 하늘을 며칠 봐서 그런지 이 색감 좋은 하늘이 반가웠다.


내향형 기질이 다분한 나는 진솔한 사이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가지고 사람을 만난다. 동료가 재밌게 들려주는 과거 에피소드 등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답을 하면서 내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지 않으니 식사라도 제대로 하자 싶어 앞에 놓인 음식들만 열심히 먹는다. “유진 씨는 참 잘 먹어 좋아~”라는 말에 그냥 빙그레 웃는다. 속으로는 깔끔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식사를 마친 후 오직 귀가에 대해서만 코딩된 컴퓨터처럼 집에 갈 생각에 가득 차 있었던 때, 그 하늘을 만났다.


부드러운, 그리고 따듯한 하늘을 만날 때면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위로는 받는 기분이 든다. 돌이켜 보면 하늘은 위로를 건네는 색만 가진 것도 아니다. 쨍한 노을 앞에서는 붉은색이 다분해지고 노을을 만나기 전에는 소라색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계절별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여름에는 단연코 정오 시간의 맑은 하늘이 최고의 생동감을 선사한다. 유난히 하얗고 큰 구름은 생동감을 한층 더한다. 하늘 맛집이라 할 수 있는 가을에는 분홍빛을 띄기도 한다. 구름도 그 배경에 염색되어 핸드폰을 들어 찍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을 보인다. 어찌 그리 다양한 색을 품고, 다양한 힘을 내는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언가 결핍된 순간에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인 줄 알았건만, 진솔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있을 줄은 몰랐던 거다. 따듯한 색감을 품고 다가온 오늘의 하늘은 그랬다. 내게 위로를 주고선 만나고픈 그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어디에 있더라도 나와 같은 하늘을 보고 있겠지. 내가 느꼈던 이 그리움, 편안함, 위로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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