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움직이면 뭐라도 쓰게 되니까.

by 하늘자까

하릴없이 지인들의 카톡 배경사진을 훑어보고 있었다. 어떤 풍경, 인물 등의 사진들이 즐비한 가운데 가수 아이유의 짤에서 멈췄는데 그 말풍선 안에는 '감정에 속지 않고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한다. 미뤄놓았던 택배상자를 열어본다든가 하는 것들..' 이런 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순간에는 '오, 맞아.'하는 짧은 공감을 남기고 말았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말이었다.


일상을 유지하는 힘이나, 무언가 도전하는 것 (지금의 나로썬 글쓰기이겠지?)에는 상황의 힘도 필요하다고 본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한다고 눈 앞에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진 않는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 이상대로 이뤄지길 바라지만 그것은 결코 축복이 될 순 없다. 내 힘으로 움직여 성취한 그 기쁨은 움직인 자, 그것도 꾸준히 움직인 자에게 주어질 테니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직장의 출퇴근 루틴과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무엇이라도 하게 되는 상황에 나를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스스로가 잊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재학 중에도 계속 했던 생각은 '난 회사는 안가'였다. 그렇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어찌저찌 취직을 하게 됐는데 틀에 박히는 것을 싫어하는 p로서 항상 이런저런 궁리를 한다. "더 재밌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직장 또한 과정의 하나라는 것을 알지만 그 과정이 좀 더 재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왕왕 했다. 하지만 1에서 10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내 마음에 드는 직장이란게 있을까? 사람도 좋고, 일도 즐겁고, 환경도 최고인 곳 말이다. 보다 더 나은 곳이 없나 하는 생각에 마음은 자꾸 밖으로 가려고 하고 머리는 현실을 바라보려고 하니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삶이 행복할리 만무하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 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움직이게 만들어 주는 곳이라고. 나는 정말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면 지금보다 더 매트리스와 물아일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 나가면 일하는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미니가습기 작동소리, 키보드 타자 치는 소리, 복합기에서 프린트 하는 소리 등등의 백색소음이 이곳이 무언가 생산해 내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린다. 그리고 동료들의 모습 또한 자극제가 된다. 사람은 분위기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기에 일하는 분위기에는 무언가 하게 된다.


오전에는 모발, 모발을 외치면서 일어나 비몽사몽 간에 몸을 일으키고 씻고 밖으로 나선다. 이는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운동, 글쓰기, 취미 등등 만년 계획 세우기 일등인 나로써는 물리적인 환경의 힘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것을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바다. 한시간 남짓한 출근 시간을 지나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오늘 주어진 업무를 확인하고 일을 처리해 낸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여유시간이 있는 날이면 그 시간에 글을 쓰기도 한다. 일하는 분위기에서는 가만히 있기가 매우 눈치 보이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통근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활동인지를 새삼 느끼게 됐다. 나를 움직이게 만드니까 말이다. 오전에 일어나서 사무실로 향하는 내 마음은 모발 모발이지만 막상 움직이고 나면 얻는 것도 꽤 많다. 소위 '광합성 한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햇빛을 받고, 건강하게 챙겨먹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도 받고, 시원한 아메리카노에 정신도 깨고.


통근이란 단어의 근 자도 '부지런할 근'이다. 이렇게 게으른 나도 통근이란 행위를 통해 부지런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행한 만큼 돌아온다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니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가끔은 바쁘기도 하고 가끔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라 할지라도 이런 부지런한 시간들이 모여 결국엔 성장곡선을 타리란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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