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쓰기로서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어떤 글쓰기가 하고 싶으며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했다. 글쓰기라는 것은 자기 표현의 수단이자 모니터 혹은 액정 너머의 사람과 소통하는 매개체이다. 바로 내 앞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쓸 때 "나는 이런 사람인데, 이런 가치를 주고 싶어. 살짝 욕심을 더 부려보자면 너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싶다. 나의 가치를 계속해서 알리고 싶은 것은 브랜딩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사회에 나가면서 여러 페르소나를 쓰게 되는데 그 가운데서 내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누군가 "어, 여기 새로운 식당 생기나봐요."라고 했다. 돌아보니 원래 대게를 파는 1층 집이 공사중이었다. 새로 달린 간판에 '국수'라고 적힌 것을 보니 국수 집이 들어올 모양이었다. 이 동네에서 업종이 변경되는 가게를 왕왕 봐왔다. 가끔씩 칼칼한 김치찌개가 생각날 때 가던 돼지고기 팍팍 넣어 양푼에 끓여먹는 백반 집이 있었는데 거기도 없어지고 고깃집이 생겼다는 이야기에 적잖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환기를 주기도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언제고 그 자리에 있는 음식점에 왠지 더 정이 가고 친근함을 느꼈던 것은 '그 자리에 있어줌'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그들은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가게를 유지할 만한 매출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가게 주인이 바뀌었다던가, 업종이 바뀌었다는 등의 소식은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새롭게 단장하는 가게를 뒤로 하고 '그 자리에 있어줌'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됐는데, 어쩌면 나의 글쓰기 방향성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 자리에 있어줌의 가치 말이다. 일반적이고 예스러보여도 그 자리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가게와 그 주인장은 왠지 모를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주말에 홍대 길거리를 한 번 걸어보면 "나 좀 봐줘!"라고 소리치는 매장 음악과 할인 행사, 현수막 등이 부산스럽게 자리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가끔은 시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자신이 얼마나 화려하고 멋진지를 알리려 뽐내는 모습같다. 눈길은 가지만 마음은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을 벗어나 조용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제 빛바랜 색을 유지해가는 가게를 보고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되고 마음도 그곳에 풀어놓게 된다.
그 자리에 있어줌의 가치를 준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매일 새로움보다 매일 꾸준함이 내가 줄 수 있는 가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사람들의 즉각적인 리액션을 사거나 놀라움을 자아내기엔 부족할 수 있어도 안정감을 전달해 준다. 나의, 그리고 이 글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매일의 꾸준함으로 인정해주는 만큼 이 가치를 귀하게 발견해주는 사람들의 소통을 소중히 여기고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차 한잔의 안정을 줄 수 있는 글이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