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과 잡코리아를 깔았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에 다시 이 어플을 깐다는 것은 무언가 상황을 바꾸고 싶다는 의미일 테다. 종종 듣기를 직장인의 가슴 속에는 사직서 한 장씩 품고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의미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해당 어플을 다시 깔고 로그인을 한다. 그리고 이전에 꿈꿔왔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직무를 검색하고 올라온 공지들을 확인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나는 연예기획사 구인구직 리스트를 한 차례 살펴보고 재밌어 보이는 잡지의 에디터 분야도 훑어본다. 어떤 직장이든지 간에 직접 부딪혀 봐야 알 수 있는 실상들이 있겠지만 일단은 현재 마주한 환경에서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마음이 생긴다면 이상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플을 다시 깔았던 것도 현실에서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때문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개인화 되어있고 소통도 타 기관과 이메일로 주고 받는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바쁘면 바쁘고 텀이 생기면 좀 긴 편인데 마침 다음 업무 지시까지 일주일간의 공백이 생긴 때였다. 그 기간 동안 새로운 과업이 주어졌다. 업무 공백이 생길 때는 다른 부서의 업무를 서포트하는 식으로 (스타트업이라 가능한 일일지도..)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처음 맡는 일이었다. 어떤 스탭을 밟아나가야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링을 열심히 했다. 평소 구글링 실력이 나름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것이 왠걸, 원하는 분야의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막연하게 찾기만 하고 이런저런 정보는 많은데 대체 무엇을 어떻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고 뭐 주워먹을 콩고물 하나 없이 업무를 주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민답해졌다. 그 중에서는 이것을 잘 해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제일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와중에 개인사로 힘들어하는 지인의 연락이 있었고 그것을 외면할 수 없어서 연락하러 나갔는데 그 사이에 나를 찾는 호출이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쓴 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업무시간에 일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약속이다. 그리고 새 과업을 도전한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야근을 감행하고 있자니 내가 뭐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다시 어플을 깔게 되었고 도전해 보고 싶은 직무를 훑어보다가 문득 '이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렇게 다른 직무를 찾아보고 이직을 고려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내 모습을 보고 있으니 훈계의 말이 아프고, 새 과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일단 이 회사를 나오고 보자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다니고 있는 메리트는 분명 있는 회사였다. 사실상 받은 피드백은 즉각 수용하면 그만이었다. 다만 그 순간의 감정에 아파하는 내가 있을 뿐이었다. 새 과업을 수행하고 보니 그동안 해왔던 업무에 대한 감사함이 새삼 올라왔고 반복된 업무로 지쳐있을 때 '내가 이런 업무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기성취감을 맛보기도 했다.
새 과업을 완료하고 났을 때, 처음 도전한 것이라 그런지 퀄리티가 좋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통해 내가 기존에 하던 업무에도 업그레이드를 줄 수 있었다. 어떤 인사이트를 가지고 흐름을 설계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해당 자료를 어떻게 찾고 활용할 것인지 말이다. 다른 직무도 맛보고 하는 이런저런 경험들이 내가 하는 업무를 어떻게 하면 더 퀄리티있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알게 하기도 한다.
말로만 해선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봐야지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에 부딪히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두드리고 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한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훈계의 말이 아프기도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들이 일하는 태도와 마음 근육을 길러주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면 참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갓난아기가 걸음마를 떼기까지 평균 3천번은 넘어진다고 하는 것처럼 그 하나를 터득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그렇다고 지금 마음을 다 잡고 현재 이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쳐야지 하는 건 아니다. 구인구직 어플은 아직 삭제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지만 어떤 회사든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기에 이곳에서 배울 것은 배우자, 는 마음으로 오늘을 또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