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자고 마음 먹고 나면 떠오르는 고민은 "그럼 뭘 쓰지?"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 중 일단 회사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직장러로서의 삶을 먼저 적어보기로 했다. 다짐에 대한 글 2-3편과 회사에 대한 글 3-4편을 쓰고나니 나의 사고의 흐름은 생각보다 긍정적이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깨달을 수 있는 무언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조금 더 보완했으면 하는 나의 성격도 보인다. 내가 무엇이 문제인지 보이지 않을 때는 그냥 아플 뿐이다. 어떤 상황이든, 말이든지 간에 그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어떤 것을 생각할 여유나 겨를이 없다. 사회생활이란 게 다 이런 것인가 싶고, 나만 이렇게 마음이 여린가 싶다. 예컨대 원고 작업을 할 때 생각지 않게 마감 기한이 당겨져서 새벽까지 작업을 해야한다던지,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인간관계 등 이런 일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나는 나에게 오는 스트레스의 파도들을 여과없이 맞고만 있었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건 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을까. 사실 지식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지혜의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회사생활에서의 태도같은 것. 빌런을 만났을 때 마음을 지키는 법 등. 지혜에 관련해서는 삶의 여러 문제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깨달아 나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밀려오는 파도에 이리저리 치이길 여러번. 여전히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고 이제 일주일 지나면 입사 2주년이다. 이제 3년차가 되는 거다. 직장 고인물들이 본다면 아직도 애기 같겠지? 그렇지만 나에게는 꽤나 대단한 성과이다. 그 지난한 시간들을 거쳐오고, 내 마음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깨달음으로 채운 2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파도를 맞고만 있을 때는 끝도 안 보이고, 이대로 그냥 아프기만 할 것 같은데, 이번에 회사에 뉴페이스가 들어오면서 내가 새삼 성장했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 직원들과 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서는 싹싹하게 대화에 잘 참여하는 것이 대단해 보이는 친구인데,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역시 그도 스트레스를 받아하고 제 시간이 되면 빠른 퇴근을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랬다. 오매불망 노트북 화면에 시간만 보면서 머릿속으론 '6시 언제되지?'이 생각 뿐이었다. 일을 하다가 막히는 것이 있거나 마감기한까지 끝내기 어려울 것 같으면 이걸 어떻게 말해야 되지 전전긍긍했다. 회식자리에서는 정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뭐 말하면 끝도 없지. 그랬던 내가 지금은 업무가 많아 회사에 조금 더 남게 된다고 해도 '그러려니~'싶다. 퇴근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열렬한 회의를 하고 있는 대표님과 직원들을 보면서 '왜 안 끝나?'라며 화가 나기 보다는 어차피 일도 많은거(?)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가지뭐. 한다. 이런 여유가 온 것은 결코 그냥 얻어진 것들은 아니었다.
성장이란 것은 손톱이 자라는 것과 같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어? 벌써 이만큼 자랐네?"한다. 그 당시에는 너무 아팠던 일들이 어느순간 한 걸음에 물웅덩이 넘듯 넘게 되는 날이 온다. 한 발자국 크게 내딛을 때 조금 튀는 정도의 물방울들은 쿨하게 넘기고 마는, 그런 여유가 찾아오는 때가 온다. 물론 지금도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금 그 상황 속에 있던 나를 바라볼 때, 왜 힘들었는지가 보인다. 오늘도 새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급하고, 일이 빨리 빨리 처리가 되지 않으면 화가 나고 쉽게 좌절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았다. 좋게 말하면 추진력이 있는 것인데, 마음같아서는 잘 하고 싶은데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질 때 그럴 수 있다기 보다는 '왜 힘들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과제가 내려오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했고, 하나가 어그러지면 그것을 분리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 다른 일, 사람관계에도 영향을 미쳤구나 싶었다.
무언가 도전할 때는 그에 따른 귀찮음이 동반되고, 당장에 이뤄지지 않을 수 있지만 뿌려놓은 씨는 언젠가 거둘 날이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한 번에 온전히 해내기에 참 어려운 일들이다. 그런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스스로를 채찍질할 필요가 없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나고 점차 보완해 나갈 때 '노하우'라는 것이 생긴다. 그 임계점을 넘기까지가 지난한 과정일 수 있지만 뿌렸던 씨가 어느샌가 자라서 몰라보게 성장해 있을 때, 그리고 그 싱싱하고 맛있는 과일을 먹을 때 그 기쁨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될 것이다. 나를 위해 쏟는 시간, 성찰하는 마음, 열정적인 고민들까지도. 헛된 것이 하나 없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다 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