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직무 고민이었다. 교육과정개발 및 원고 작성 업무를 하는데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우당탕탕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그 일을 전담 마크하고 있다. 동료들은 또한 다른 직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나는 나대로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해내고 있다. 무언가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손에 익었다는 뜻이고 나도 연봉 인상으로서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사람은 다음 단계를 바라보기 마련이다. 다음 목적지가 보이지 않으면 현상유지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루하루가 예측대로 흘러가고 큰 변동성이 없길 바라는 사람에게는 이 일이 찰떡일 수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일이 익숙해지자 현재의 직무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했을 때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아직 순수한 것'이라고 말했더랬다. 드라마 미생 속 천과장도 김대리가 일이 재미없다고 하자, "넌 아직도 일에서 재미를 찾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참, 씁쓸하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라면서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러고 싶지 않아서 고민이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비전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스타트업이기도 하고, 대표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궁금해져서 업무를 전달받은 후 물었다. 대표님이 그리는 이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지.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직무가 손에 익었는데, 앞으로 성장할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스타트업이기도 하고, 이 분야에서 전문 직무를 꾸린 사수도 없는 상황이니 당연할 것이다. 회식 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묻고 있자니, 대표도 짐짓 생각하다가 자신이 그리는 회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 듣는 이야긴 아니었다. 이 직무에서의 성장 방향성은 알려주기 어려운 듯했다. 걷다가 어느 시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어떤 부분이 성장했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느끼고 그것을 동기 삼으라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 제시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내가 그리는 미래와 부합한다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많이 했던 고민은 그것이었다. 나는 지금 이 일이 재미가 없는데, 그렇다면 좋아하는 분야에서의 능력치를 키울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지금껏 들여온 시간만큼 익숙해지고, 나 자신을 이 조직 문화와 리더의 스타일에 맞게 깎아낸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나 그 조직의 리더 스타일에 따라 문화가 다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배우고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희생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내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이뤄온 이 익숙함을 내어버리고 새로운 불편함 속으로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성장시키는 불편함 속으로 말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사무실은 파티션도 높게 쳐져 있고, 환경도 쾌적하다. 개인적인 공간을 주고 싶었던 대표의 의견도 반영되었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참 괜찮은 사람들이다. 프로늦잠러인 나에게 훈계의 말을 해주고(사회 나와서 나에게 필요한 말을 듣는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기다려주는 곳. 이런 환경을 내어버리고 새로운 직무를 향해 나아갈 용기가 내겐 필요하다.
이 회사가 곧 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만 그 과정들이 쌓여서 나의 경험치가 된다. 그리고 나의 실력이 된다. 적어도 어떤 회사에 몸담고 있는 시간만큼은 단지 돈을 위해서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배운 것도 참 많은데,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려면 이 회사를 다니면서 내 글을 기회가 닿을 때까지 열심히 써 내려가는 것이겠고. 보다 새로운 직무에 대한 경험을 하려면 이직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고민은 아마 내가 당장 이직을 하기 전까지 결론 나긴 어려울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가 생각해 본다면,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 개인 작업실이 있어, 그 안을 내 취향을 한껏 반영하여 꾸며놓고 싶다. 의자 겸 침대가 되는 가구를 하나 갖다 놓고 한국인이지만 시에스타를 즐겨보고 싶다. 능력치가 큰 것이 아니기에 나를 거둬준(?) 이 회사에 아직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책방을 하든, 개인 작업실을 내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나를 알아가고 보다 뚜렷한 꿈의 윤곽이 잡히길, 그리고 이 길을 잘 가꾸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