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중에 에어로빅 강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전부터 건강,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았다. 다이어트도 무리한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하게 다이어트하는 방법에 대해서 책도 읽으며 공부를 했더랬다. 학원을 다니면서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는데 학원 시간은 보통의 회사처럼 9to6로 다닌다. 얼마 전에는 에어로빅 강사 자격증 시험도 통과했다고 해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하루 9시간은 정말 적지 않은 시간인데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원하는 일을 하고,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에게 솔직히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적성을 찾고 열심히 그 과정을 겪는 모습이 멋있다고 말이다. 나도 참 고민이 많았다. 아니, 사실 지금도 하고 있다. 어쩌다 회사원이 되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업무에 할애하고 있는데 일이 손에 익으니 재미가 없어진 것이다. 이직을 해서 다른 직무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유들도 생각났다. 회사 다니면서 힘들었던 부분들을 떠올렸다. 회식, 인간관계 등... 그리고 나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이 시간이 나의 꿈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디 회사라는 것이 내 마음에 딱 들어맞겠는가. 자신을 깎아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일인지 잘 안다. 이런저런 고민은 늘어가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중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면담시간이 돌아왔다. 다행히 대표는 벽이 없는 사람이어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회사에서 그리는 미래에 있는 내가 잘 상상이 안 가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대표 본인은 직무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기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무엇이 재미가 없는 것인지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경일 인지심리학자의 적성에 대한 영상도 추천해주었다. 왜 재미가 없을까, 생각해 봤다. 손에 익어버린 직무, 그리고 사무실에 와서도 큰 교류가 없는 시간, 내가 만든 교육과정들이 어디서에 누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의 부재 등등... 그리고 어떨 때 내가 재미를 느꼈었는지 떠올렸다.
다양한 원고를 개발하다 보니 얻게 되는 여러 지식들. 목차를 구성할 때 이론적인 부분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으로 채우고, 지금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관점 등 수동적인 입장에서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일하게 될 때. 중구난방식의 문장들이 예쁘게 정리될 때...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소통하면서 일을 할 때 재미를 느꼈다. 대학생 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교양수업 과제는 같은 조원 1명과 같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인터뷰하면서 기업분석 ppt를 만들 때다. 그리고 취재기자 연수를 약 4개월간 하면서 조원들과 가상의 잡지를 만들고 내용 구상을 할 때, 취재를 직접 나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살아있는 기사를 쓸 때였다. 발로 뛰었던 살아있는 경험이 글에 고스란히 녹아내릴 때 그것은 나에게도 소중한 글이 되었고, 그렇지 않을 때는 다시 생각나지 않는 글이 되었다. 무언가 문제를 들춰내는 글보다 좋은 것을 소개하고, 좋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결국 나와 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에너지를 나눠주는 일이 좋았다.
이 회사를 들어와서 어쩌다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은 업무를 하고 소통은 이메일, 거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맡고 있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내가 선택한 일이기도 하다. 성향의 차이로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고, 회식 문화를 접하면서 여러모로 충격도 받았었다. 정직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시기에 스트레스가 참 많았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사람들과의 소통을 줄이고, 회식도 1,2차만 하고 집으로 가는 것을 택했다.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성장하고 싶지 않으니 그냥 이 일만 쭉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업무가 참 무서웠던 시절이다. 그러던 내가 어느샌가 더 나은 일을 위한 직무 고민을 하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을 찾아 그 과정을 열심으로 임하는 것 같은데, 나는 무엇이 맞을까 고민만 늘어가는 것 같아 답답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이런 고민을 해왔는가 명확한 순간은 알 수 없지만 이런 고민들이 나를 더 발전적이고 성장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미뤄왔던 브런치 글쓰기 등 하나씩 실천해보면서. 소통하면서, 불편한 상황 가운데 나를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나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나의 이직 고민은 to be continued,, 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보다 더 나은 일을 선택하고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당장에 이직을 하진 않을 것이다. 업무가 손에 익고 환경도 좋아 지금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을 때 더욱 견고히 생각을 다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