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의 쉼

by 하늘자까

오늘은 근무 중 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람마다 쉬는 시간도, 쉬는 방법도 다를 것인데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쉼은 그야말로 긴장했던 몸의 힘을 조금은 느슨하게 해 주고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다. 누군가는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혼자만의 명상시간을 갖기도 한다는 이야길 얼핏 tv에서 들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너무 조급해하지는 않나, 과거 생각과 미래 걱정 때문에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진 않은가 등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시간을 정해두거나, 아님 쉴 때 이런저런 것들을 돌아봐야지 하는 것도 사실 없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난 후 양치도 하고 화장도 조금 고치고 나서 일을 시작하면 어김없이 졸음이 찾아온다. 파티션이 일반 사무실치고는 높이 쳐진 편이기도 하고 창가 쪽에 위치해 있는 자리여서 더욱이 찾아오는 졸음을 막을 재간이 없다. 초반에는 엎드려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사무실이란 환경이 주는 긴장감 때문인지 얼마 못가 깼다. 일어나는 것도 누군가의 인기척이나 발걸음 소리, 피드백하는 소리 등에 자극을 받아 깨는 것이라 일어나면 괜히 찝찝한 것이었다.


그리고 엎드려서 자니, 그 자체 자체로도 불편함을 초래했다. 중고등학생 때 책상에 엎드려 많이, 푹 잤었는데, 사무실에는 언감생심이다. 나름 개인의 공간을 고려하여 설치한 파티션은 대표의 의중이 담긴 것인데 일하다 가끔 쉬고 싶을 때 눈치 보지 말고 쉬라는 마음이다. 실제로 본인 개인 사무실에 아주 견고하고 푹신해 보이는 의자 하나를 갖다 두고 선 일하다 가끔 그 의자에서 낮잠을 자는 것을 종종 봤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말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푹신한 의자에 눈길이 자꾸만 갔다.


점심 먹은 후 어김없이 졸음 타임이 오면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런 의자를 설치하고, 담요도 갖다 놓고 잠시 눈 붙이면 정말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실행을 못하고 있다가 결국 의자를 하나 구매했다. 물론 사무실용 의자가 있지만 그것은 working용이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자려니 충분히 뒤로 젖혀지지 않아 일할 때는 좋지만 쉴 때는 영 아니었다. 구매한 휴식용 의자가 도착하자 양옆 파티션의 길이를 넘지 않을 만큼으로 의자 높이를 조절하고, 적당한 담요도 구비해두었다. 약간 어색하기도 해서 초반에는 실제로 잠을 자거나 하진 않고 관상용으로 보기만 했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마음도 편하다는 생각으로 졸릴 때마다 휴식용 의자를 슥-하고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점차 앉아보고 싶고, 거기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앉았다, 몇 번 눈도 붙여보았는데 괜히 사무실의 백색소음들이 더 크게 들리는 기분이었다. 점심 먹은 후 기껏해야 10~15분 정도 눈 붙이는 정도인데도 긴장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개인별 파티션을 이렇게 쳐준 데에는 쉴 때 눈치 보지 말고 쉬라는 (그렇지만 일할 때는 잘해야 함ㅎ)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점차 구매한 용도에 맞도록 의자를 활용했다.


특히 요즘은 장마철이긴 하지만 여름의 시작이기에 꿉꿉하고 습한 날씨가 계속된다. 쾌적함을 위해 실내에서는 에어컨으로 제습기능을 틀어놓는데, 이때 담요를 둘둘 말고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으면 긴장되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스르륵 잠에 든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눈을 붙이고 뜨면 확실히 책상에 불편한 자세로 엎드려 자는 것보다는 낫다. 반면, 한 가지 단점은 몸의 긴장이 풀어져서 그 의자에 좀 더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무실용 의자에 앉아있으면 물론 바른 자세로 일은 가능하지만 그런 날이 있잖은가, 일하기 싫고 집중도 안 되는 때. 오늘이 딱 그러했다. 몸을 일으켜 바로 앞의 working용 의자로 가면 되는데 움직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결국 일하던 노트북을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휴식용 의자에게 나머지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 두어 시간을 작업한 뒤, 더 이상은 무리다 싶을 때 다시 사무실용 의자로 돌아와 마무리를 지었다. 점심 먹은 후 졸린 적은 많았지만 이럴 때 잠시 드는 잠이 개운하거나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주진 못했다. 괜히 찝찝하게 깨어났고, 더 자고 싶은 마음과 애매하게 깬 눈꺼풀이 공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으면서도 조금 더 그 자리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업무를 하는 도중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몸과 마음의 쉼. 나에게 있어서는 잠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결과 조금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자 했고 결국엔 그렇게 만든 환경 가운데서 짧지만 좋은 쉼을 힐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하나의 밸런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때 시에스타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이른 오후에 자는 낮잠 또는 낮잠 자는 시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낮에는 무더위 때문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으므로 낮잠으로 원기를 회복하여 저녁까지 일을 하자는 취지이다.


시에스타 중에는 상점들은 물론 관공서도 문을 닫고 낮잠을 즐긴다고 한다. 에스파냐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에스타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어 2005년 12월 관공서의 시에스타를 폐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 결과로 시에스타는 생물학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며,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원기를 회복하고 지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나의 경우,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기 위해 늦게까지 깨어있는 것이 다음날 영 부담스러웠는데 이 시에스타가 그 부담을 낮춰주기도 했다.


이렇듯 자신만의 휴식 방법을 찾아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소모적인 삶을 살다 보면 중요한 것을 돌아보지 못하기도 하는데 잠시 한 템포 쉬면서 이 과정을 걷는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나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일을 다시 점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닌 더 멀리, 끈기 있게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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