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본인 개인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갑자기 나와서는 점심메뉴는 이것을 먹자, 다음 회식은 어디를 가자, 이날에는 여기를 가자 등 노는 것에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 보통 하고 싶은 게 생각나거나, 해야 되는 일이 생각나면 잊을까 바로바로 말하는 스타일이라 그런데 막상 듣는 입장에는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얼떨결에 '좋다'고 답해버린다. 오늘의 점심도 대표가 제안했는데 그것도 대표가 어디서 먹고 왔는지, 그곳이 맛있다며 다 같이 차 타고 가자고 했다.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타나서 "오늘 메뉴 이거 어때?" 하면 일단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표가 이렇게 넌지시 물어보는 것들이 항상 내 취향과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회사에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런 식의 물음이다. 대게는 모든 것을 싹 다 정해놓고 물어보는 식인데 대답을 우물쭈물하다간 분위기가 싸해지기 십상이다. 역마살이 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는 걸 좋아하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것을 던지고는 "여기 어때?"라는 식이다. "왜 모든 걸 같이 하려고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근처에서 먹고 말지...
얼마 전에는 다 같이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면서 "너도 괜찮지?" 하는 식의 물음이 썩 달갑지가 않다. 좋다고 대답은 한다. 나름의 노력이다. 그런 물음이 불편하고, 그 자리가 재미없다고 해서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그들은 그 모임이 재밌겠는가? 그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내 마음도 편하지 않다. 서로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진짜 자기 멋대로네!'
나도 그들과 함께 하기를 원하는 것이 본심이다. 그들이 즐기는 것을 나도 즐거이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섞일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그 간극에서 오는 불편함들이 있을 뿐이다. 나는 보다 욕심을 내자면, 싹 다 정해 놓고선 '어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세세하게 물어봐주고 내 마음을 살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회사에서 이런 세심함을 바란다는 것은 정말 욕심이다. '어때?'라는 그 짧은 한 마디에 들어있는 본심도, 놀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환기를 시키고 싶다는 것도 있을 테지만, 결국은 함께 하자는 것일 테다.
이렇게 보면 사실상 서로의 목적은 같다. 함께 하고 싶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인내해 왔던 것처럼 그들도 자신만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함께 할 계획을 세우고 기쁜 마음으로 알려줬을 텐데, 왠지 불편하고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면 어찌 속이 답답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사실 소통 문제다. 서로의 목적은 같으나, 상대가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그 목적에 도달하고 싶어 하는지 보다 자기 방식대로 표현하는 일이 더 많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내 마음을 알아줘! 하는 속마음을 내 식대로 표현해 왔다. 나는 내 마음 알지만 상대방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소통이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성향 차이도 커서 그것이 잘 보이진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아, 신경을 쓰고 있을 수 있겠다.' 하는 것이다. 그 속마음을 알아채고 가까워지고, 함께 하기 위해서는 부딪혀야 한다. 그런 상황이 달갑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지 않을 수 있다. 아니, 어떻게 다 맞겠는가? 그런 다름이 부딪히고, 또 부딪히면서 보이기 시작하고, 알고 보니 우리의 목적은 결국 하나였구나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고,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적어도 넌지시 물어봐주는 것에 대한, 기꺼이 그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대한 나의 답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