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고 있다. 정말 소규모 조직인데 이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비단 큰 조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보단 직접 피부로 느껴가며 깨닫는 것들이 많다. 조직생활이나, 인간관계, 업무 소통 등... 하나하나 까보고 들여다보면 '뭐 이런 바람 잘 날 없는 회사가 다 있어!' 싶은데 막상 그 안에서 뒹굴다 보면 배워가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만 놓고 보면 당장 사표를 내던지고 싶은 회사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쩌면 지름길을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 힘들다 싶다가도 숨 통 트일만한 구석이 생기기도 한다.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사람들의 변동성이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자신만의 세계, 가치관이 구축되어 있는 채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살아온 환경, 배경도 다 달라서 처음에는 서로 사회화된 면을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맞출래야 맞추기가 힘든 구석이랄까. 초반에는 '저 사람은 정말 천사인가?' 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회 경험도 풍부하고 만나면 항상 환하게 웃어주고, 업무도 척척 잘 해냈다. 무엇보다 사람을 정말 잘 챙겼다. 작은 정보도 세세하게 잘 기억하고 또한 센스 있는 제품을 추천해주고 선물해주기도 했다. 마음속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사회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경력은 많지만 사회 경험이라 할 수 있는 회사 생활은 이 회사가 거의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이 있었는데 정말 좋은 사람은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는 것은 '이 사람 진국이구나, 이 사람은 진심이구나.'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다. 첫인상이 아무리 좋았다고 하더라도 같이 부딪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서로 다른 가치관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정말 배울 점 많다고 생각한 사람한테도 부족한 점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창 유튜브로 드라마 미생을 다시 보고 있을 때, 철강팀의 장백기 사수랑, 영업 3팀의 오차장 등과 같은 캐릭터를 보고 사람들이 왜 저런 사수 만나는 것이 복이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차분히 아랫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대했다. 자신의 소신, 신념을 지키면서 각자 가르치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아랫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첫인상이 좋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지만 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어떤 방어기제를 쓰며, 어떤 말과 행동을 선택하는지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살짝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나도 누군가를 두고 부족하네 마네 왈가왈부한 깜냥은 아니다. 나도 내 마음 다스리는 것을 여전히 훈련하고 있으며 내 삶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꾸려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내가 꿈꾸는 이상이 있는데 이것을 어서 이루고 싶어서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재밌는 건 타인의 눈에는 내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너무 잘 보이는데 내 눈에는 그게 잘 안 보인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들었던 피드백이 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이다. 아침형 인간이 짱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성실한 태도와 관련하여 정말 많이 들었던 피드백인데 여전히 고치기 어렵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서는 전날 긴장을 하기 때문에 잘 일어나는데, '굳이...?' 싶은 일에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율출근제라고 하지만 이 회사 처음 다녔을 때는 과연 자율출근해도 되는 것일까? 싶어서 9시까지 꼬박꼬박 출근했다. 결국은 마음의 문제이다. 일에 익숙해지고 나서도 이 성실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되니 성실성을 챙기는 것보단 더 큰 것, 환경을 바꾼다던가 하는 것 등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이직 고민도 큰데 사실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성실한 태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먼 미래를 어서 현실로 이루기 위해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나의 태도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일이 잘 풀리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태도가 좋았다. 물론 업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태도가 좋으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타인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렇듯 나에게도 이겨나가야 할 점이 많다. 그렇기에 타인의 부족한 면을 보고 "와, 정말 실망이네!" 할 수는 없다. 다만 첫인상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것을 지양해야겠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가운데 놓일 때, 그것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들은 정말 고수다. 타인에게 베풀 줄 알고 잘 챙겨줘서 마음속으로 의지까지 했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가운데 놓이자 저 환한 웃음 뒤에 숨겨진 많은 부담감들이 보였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역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이지만,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어떤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지에 따라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처음엔 그런 변화가 너무 슬프게 다가왔는데 어쩌겠나. 단단해지는 것은 나의 내실이어야겠다.
사람은 포용하고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 사람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들은 것도 아닌데 내 주관대로 해석하는 것들이 나에게 무슨 쓸모가 있을까. 그저 내가 성장해야 할 모습에 집중하고 무엇하나라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면 이 시간 또한 의미 있을 것이다. 어떤 회사를 가더라도 깊이 있고 속이 단단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참 기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