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무엇인가요?

by 하늘자까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9월 중순에 접어드니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계절의 흐름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마는 선선한 바람으로 제 존재를 조심스럽게 알리며 다가오는 게 귀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창문을 넘어 이 적막한 공간까지 감싸주는 햇빛도 내리쬔다.


노트북을 켜고 오늘도 덧없게 보내지 않고 무엇인가 해내는 하루가 되길 기도하며 주제를 골라본다. 불안전한 꿈을 꾸고 있는 나는 문득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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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 후 집에서 엄마와 마주 보며 저녁을 먹었더랬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작지만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다.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오가는, 유쾌하고 재미진 웃음이 이어지는 그런 저녁이었다.


“그래서 지난주 회식 때 그 친구가 애교를 엄청 부리더라니까. 엄청 귀엽고 웃기고 그랬어.”

“그런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 분위기도 밝아지는 거지. 그런데 요즘 계약기간 다 끝나가는데 회사에서는 뭐라고 말 없어?”


3개월 계약직으로 시작한 사무직 업무는 이제 그 기한을 다하던 때였고, 안 그래도 계약 연장을 위한 대화가 오가던 시점이었다. 업무 자체는 지금껏 쌓아온 글쓰기 지식과 어쭙잖은 실력으로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계약 연장의 조건으로 나온 사항은 정규직 전환과 추가된 업무 분량이었다. 급여 인상에 따른 업무 추가는 당연하다고 여겨질지 모르나 나는 멈칫하게 됐다. 현재 ‘칼퇴’를 고수하며 이후 시간에는 글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명확히 잡히는 것 없는 흐름 속에서 글쓰기라는 꿈 하나 붙잡고 그래도 부모님 앞에선 쓸모 있는 인간으로 보이고 싶어 시작한 계약직 업무였다. 이런 나의 꿈을 몇 번 엄마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물론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에 우러나오는 한 마디였겠지만) ‘뜬구름’이라는 말 앞에서 나는 입을 꾹 닫아버렸던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시간 속에 흐려졌는지 유쾌한 저녁 분위기에 힘입어 정규직 전환 및 추가 업무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로 뒤이어 사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이며, 회사의 제안에 대해 계약직 업무를 고수하길 원하고 직책 또한 이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지 물어봤다고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것이 좋았을 뻔했을까.


다시 한번 나를 감추고 안정권 안에 속하는 모습을 꺼내야 했을까? 저녁 식사 분위기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웃는 얼굴은 이내 씁쓸한 미소로 변했다. 구태여 덧붙인 말은 없었으나 공기의 무게가 내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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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식사를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갔다. 잠들 시간이 되었음에도 잠은 오지 않았고 자책감과 뒤섞인 감정이 눈물이 되어 터져 나왔다.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살아내고 싶어서 노력하는 중이지만 뭐든 보이지 않는 결과를 그리며 노력하는 것들이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가장 인정받고 싶고 기쁘게 해주고 싶은 존재가 상기시켜 주는 나의 불확실함은 더 아프게 느껴진다. 그래도 훗날 절실하지 못했던 날들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글을 쓴다. 빨리 무엇인가를 이뤄내지 않으면 세상에 삼켜질 것만 같은 불안이 엄습해 와도 글쓰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씀으로 살아갈 희망을 보기 때문이다. 불확실함, 불온전함, 아마추어, 방황 등이 뒤범벅된 젊은 날의 한 자락은 여전히 불투명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내는 것처럼 글쓰기는 나에게 살아냄의 표현이자 버팀의 흔적이다.


어제의 일은 흘러가게 두고 다시금 살아내는 오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없는 기쁨을 주고 이루고 싶은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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