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이 있나요?

by 하늘자까

그리움. 이 단어를 되 뇌일 때면 입안에 ‘그리우다’라는 말로 내뱉어진다. 그립다는 것은 그린다는 단어와 비슷하다. 그리워하고 있는 무언가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것은 내 머릿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기도 하며 내가 보고 싶은 것들로 그려 낼 수 있다. 그리워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마음껏 그려낸 다음에 잠시 그 마음에 잠긴다. 그리워하는 그 감정에 온전히 잠기는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 사람들에게 마음을 잘 못 여는 나는 감사하게도 그 가운데서 마음을 무장해제하도록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 그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자 큰 아픔이기도 하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한 없이 큰 기쁨을 선사했던 그 친구가 지금은 그리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26살 때 처음 만났다. 차가워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성격도 개구지고 의외로 자기 자신에게 둔감했던 면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린 동갑내기로서 서로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했다. 사회가 우리 나이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조롱하며 웃던 그런 날들이 좋았다. 하루 동안 각자의 삶을 살다가 늦은 저녁에 만나는 일이 잦았고,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티 없이 순수해 지곤 했다.


하나, 기쁜 만남은 마주하기도 쉽지 않으면서 한 동안 나에게 영원처럼 멈추고 싶은 시간을 마련해 주고 나면 홀연히 떠나기도 했다. 그 친구와의 만남도 그런 것이었다. 그 친구는 가정사를 비롯해 심적으로 힘든 일을 몰아치듯 겪게 되었고, 금방이고 훌훌 털어버리고 응당 이겨낼 줄 알았던 내 생각은 빗나갔다. 생각보다 그 친구가 겪은 아픔은 컸고 그는 나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구심 가득한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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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연락이 뜸해지기가 여러 번, 문득 그 친구의 생각이 불현듯 들 때마다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다가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넘겨버리곤 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몸이 멀어지니 이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그때 그럼에도 연락을 취해봤어야 맞는 것이었을까.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나는 그 친구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됐다. 마음은 괜찮아졌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것저것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그 친구가 다시금 편한 마음이 되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이 오히려 그 사이를 더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살면서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은 수도 없지만, 흐려지는 관계가 유독 아픈 인연이 있다. 사람에게 마음 터놓기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스스럼없는 사이가 된 인연이어서 그런가, 유달리 걱정되고 마음이 아픈 날 밤 나는 눈물 콧물 뒤범벅된 못난 모습으로 그 친구를 그리워했다.


못 본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도 어쩌다 딱 알맞은 가삿말의 노래를 들으면 어김없이 떠오른다. 그 친구의 아픔이 모두 씻겨 내려가고 전처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어느 때고 다시 만나도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마주할 수 있는데. 그가 잠긴 아픔 속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아파하지 않도록 기도해주는 일뿐이라 나의 무력함이 새삼 미워지는 순간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 테니 하루도 잊지 않고 그리워했노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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