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것이 있나요?

by 하늘자까

늦은 밤, 카톡 메시지가 왔다. 일의 늪에 허우적거리다가 장시간 같은 자세를 고수한 탓에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운동까지 갔다 온 참이었다. 절여진 몸을 집에 안착시키고 나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온 카톡 메시지를 보고, 몇 시간 전 받은 알림 문자에 답장을 하려다 까먹은 게 생각났다.


“유진 씨ㅠ 오늘은 왜 못 들어오셨어요?”


그날은 한 온라인 강의를 듣는 날이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화상 강의였기 때문에 출석하지 않으면 곧바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좌가 활성화되어 퇴근 후 라이프를 자기 계발하는데 힘써 보다는 결연한 의지로 시작해 꽤 오랫동안 들어왔다. 하나 시작은 활기차나 과정은 순탄치 않은 법.


해당 교육의 리더 격인 그분은 참으로 세심한 사람이어서 매번 열심히 출석하다가 아무 말 없이 참석하지 않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온라인 강의가 있는 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피곤함을 내세워 애써 무시했던 내가 부끄러워져 자판을 두들겼다.


“일에 치여서 쉬고 싶었어유..”


저녁시간을 선택한 사람들의 대부분 낮에 일을 하고 시간을 쪼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분은 몇 개의 말풍선을 더 보내 나의 상황을 위로해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 ‘알림 문자를 보내드린 바 있지만, 언질도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오해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나의 마음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마음이 불안해 지곤 하는 나는, 특히 사람의 말에 예민한데, 상대방의 메시지 속 두 가지 내용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첫째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이고, 둘째는 ‘오해’였다. 지금까지 오롯이 나를 걱정하기 때문에 보낸 메시지라고 생각했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말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묘하게 그 걱정되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 그 자신에게 비롯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서 보낸 메시지였나 싶어서, ‘오해’라는 단어를 봤을 때도 ‘오해를 하든 말든 내가 무슨 상관이람.’이라는 비뚤어진 마음이 올라왔다.


‘오해를 할 수도 있다니? 처음엔 호기롭게 시작하다가 갈수록 인내를 잃고 결국 무단으로 사라져 버리는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건가?’


내 마음에 커다란 파도가 일렁였다. 하나 이런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상대방에 다 쏟아부을까 봐, 차마 답장은 하지 못했다.


누구에게 털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휘청이는 마음을 가진 나는 그 순간이 두려웠다. ‘오해를 할 테면 하라지!’라고 (속으로) 외쳤으나, 사실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두려움이었다. 나를 걱정해 주는 고마운 사람인데, (그것이 나를 위한 마음이든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위해서든지 걱정과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은 사실임으로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행여나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고 오해하게 될까 봐, 그로 인해 내가 받을 상처를 끌어다 걱정했다. 그래서 상처에 내성이 있는 척, 강한 척 가시를 돋우고 내 마음의 약한 부분을 숨겼다.


남들이 나를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시작은 오래전부터 있어진 일이다. 지금은 내 감정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다독이고 상대방에 대한 오해도 유연하게 풀 수 있게 되었으나, 예상치 않게 찾아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때면 어렸을 적 내가 미처 흘려보내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둔 날들이 생각난다. 그 어린 시절에 꾹 참고 눌러왔던 감정들이 마음의 병이 되어 꽤나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배신, 집착, 트라우마 등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순간들이 있었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몰랐었던, 그날의 어렸던 나는 그때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라 치면, 불쑥 찾아와 어서 위로해 달라고 보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못나 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나 아니면 누가 안아주랴 싶다. 머무는 바람은 없기에 충분히 아파하고 위로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기까지 기다려 준다. 상처 받을 것을 지레 걱정하지 않기로 하고, 나부터 오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그간 나를 걱정하고 위로해 주었던 그 메시지에 집중해 보자고,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느껴보자고.


카톡 메시지에 답장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정리된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지난밤의 내 마음이 민망해 일부러 재미난 이모티콘을 함께 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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