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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a Lim Aug 06. 2022

파리에서 우동을. 이탈리아에서 치즈 부대찌개를.

허세와 철없음에 대한 간단한 고찰

나는 허세를 좋아한다.


친구 중에는, 더러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 나는 다른 건 다 참아도, 허세 부리는 건 진짜 못 견디겠어. 뜨끔했다. 나는 그것이 나의 허세이든 남의 허세이든, ‘내가 낸대’ 하고 내세우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사실, 매력적이다.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의 깊은 속은 공허하다. 그 정도 깜냥이 되지 못하고, 그렇기에 무엇인가를 계속 밝혀서 자신을 입증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눌려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최대한 괜찮은 곳만을 밝혀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정돈되지 못한 것은 어두움 속에 가려버린다. 그런 사람들은 찌질하고, 어딘가 비어있지만, 애착이 간다. 마음이 쓰인다.

뉴욕의 거리거리, 블럭 마다 자리잡고 있던 말. ‘Dream until it’s your reality.’ 눈여겨 보게 되더라는.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꿈과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들, 뒤로 가서는 상당히 수치스러워할 것이다. 자신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알기에. 현실적이지 않다, 철부지 같다, 철이 없다… 다 마음이 시큰거려 오래 곱씹지 못하는 말들이다. 그런데도 난 ‘프란시스 하’와 ‘라라 랜드’에 열광하고, 마음과 생각을 지키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갈 수 있는 세계가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점심시간, 순두붓집이었다. 대표님이 햄 치즈 순두부를 시켜 먹는 새로 들어온 신입분을 보시더니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치즈 부대찌개 얘기를 풀기 시작하시는 것이다. With 치즈, without 치즈가 있길래 슬라이스 치즈를 생각하시고 호기롭게 “윗 치즈!” 부르셨다가 거의 퐁뒤 한 대접을 받으셨다나 뭐라나.


그 얘기는 대표님의 파리 출장 이야기로 이어졌다. 파리 출장 중, 같은 팀 팀장분이 우동을 너무 좋아하셔서 (양식을 싫어하신 거겠지) 파리의 우동 맛집은 다 꿰차고 돌아오셨다는 귀여운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철이 없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예뻐 보이며, 실제로 퍽 사랑스럽다. 반대로, 실용적이고 합리적일수록 의구심이 든다. 내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분명 두 번째일 텐데, 라는 신념으로 기본 세팅 값을 설정해 놓았지만 계속해서 마음속 어딘가가 불편해지는 걸 보면 나는 그 자체로 철이 없고, 허세 가득한 사람인가 보다. 아직은, 아직은 나의 기분 나쁨과 불편함이 뿌듯함을 집어삼킨다. 그게 23살의 나다.


p.s. ‘프렌즈처럼 살아가면  되는 걸까, 우리들 모두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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