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모래알갱이

by 길잃은 바다거북


한여름 바닷가에서 손에 쥔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순간, 허무하고 아쉽겠지.
하지만 쥐고 있던 모래가 다 빠지고, 손에 남은 부스러기 같은 모래알은 아쉬움 없이 그저 털어낼 수 있을 거야.

우리의 사이는 그저 그런 것이지.
세탁물 속 주머니에서 모래가 나오듯,
“아직도 여기 있네?” 하고 작은 조소와 찰나의 추억을 느끼겠지만,
결국 남는 건 추억도 웃음도 아닌, 짜증과 거슬림뿐일 거야.

관계를 한쪽이 지속하려는 욕심은, 손바닥에 붙은 모래알과 먼지처럼 부질없고 덧없는 것이야.
그래서 털어내야 하는 관계인 거지.

이제 털어내고 정리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만들어진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