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킹 테이프를 사는 이들을 위하여
디자인을 전공해서 일까? 손으로 하는 무언가를 좋아해서 일까?
여행을 갈 때마다 꼭 문구 브랜드를 들려 기념할 무언가를 사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산 기념물들은 일상에서 사용할 때도 많지만 거의 전시용으로 사용된다.(반성중...)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 mt의 플래그 십 스토어가 도쿄에 있어서 다녀왔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마스킹 테이프를 사고 있는 광경에 너무 놀랬다. 왜 이들은 아침부터 마스킹 테이프를 사는가? 궁금해졌다. 일본인 친구에 의하면 아기자기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에겐 사랑받는 제품이라고 한다.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한 mt lab은 말 그대로 masking tape의 줄임말이다. 작은 가게의 한쪽 벽은 색색별 마스킹 테이프가 나열되어있다.
1923년 마스킹 테이프에 매료된 3명이 모여 만든 작은 책이 시작점이었다. 마스킹 테이프 전문 브랜드인 카모이사는 2008년 마스킹 테이프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제품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다양한 색의 마스킹 테이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행착오 끝에 첫 시작으로 20개의 마스킹 테이프가 만들어졌다.
종이로 만들어진 일본 고유의 마스킹 테이프는 외국 제품에 비해 얇지만 강도와 접착력이 뛰어나 벗겨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통해 길러온 접착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통적인 일본식 문양에서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산업용에서만 쓰였던 마스킹 테이프의 놀라운 발전을 가져온 mt lab. 한 세기 동안 마스킹 테이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애정은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서울에서도 큰 대형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본 고장인 일본에서 다시 보니 매우 새롭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는 이런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다시금 겸손해진다. 한 세기를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내고 또 제품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보여주는 일본 사람들의 삶이 이 작은 마스킹 테이프로 부러워졌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는 이런 것일까?
샵을 둘러보고 나올 때 내 손에는 색색의 마스킹 테이프가 손에 들려 있었다. 한 세기를 넘어 자신의 철학을 고집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장하는 브랜드. 예쁜 쓰레기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브랜드. 이 작은 테이프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 이미지는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