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즐거움
열심히 일하면 하루하루 남모를 기쁨과 즐거움이 인생에 다가온다.
마치 긴 밤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오는 것처럼.
기쁨과 행복이 고생 저편에서 얼굴을 들며 인생을 비춘다.
이것이 일을 통해 얻는 인생의 참모습이다.
일을 왜 하는가 - 이나모리 가즈오
즐거움의 시작
판교에서 일하던 시절, 나는 동료와 함께 “마트 와인 정복기”를 운영했다. 사내 모임을 통해 마트 와인 정복기를 운영하던 친구를 알게 되었고 한참 먹고 마심에 빠져 있을 때이기에 동료가 너무 반가웠다. 개발자였던 동료는 먼저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내가 합류하여 조금 더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우리는 출근 전 7시에 만나 스타벅스에서 회의를 하고 퇴근 후 또다시 스타벅스에서 만나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당시에는 마트 와인 수요가 성장하던 초반이었기에 수입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열정이 넘쳤던 20대였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보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와인문화는 뭔가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고 편히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은 주류였다. 낯설고 어려운 와인 문화를 좀 더 개선해보고 싶은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저렴한 마트 와인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만들어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가성비가 높은 모임을 만들었다. 앱 기획에서부터 캔 와인을 수입해보자, 통조림을 이용한 레스토랑을 기획해보자 등 다양한 의견을 시도했다.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는 커뮤니티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컸기에 출근 전과 퇴근 후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와인 공부는 이렇게 : 배우는 즐거움
마트 와인 정복기를 운영하면서 와인이 친숙해지긴 했지만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더 많은 지식을 쌓을 필요했다. 브랜딩은 고객들로 하여금 머릿속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잊지 않게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점차 브랜드의 팬을 만들어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브랜딩을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다루고 있는 서비스 혹은 제품을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듯 와인은 이름도 어렵고 라벨도 비슷하기 때문에 매우 헷갈린다.
브랜딩은 고객들로 하여금 머릿속에
브랜드의 이미지를 잊지 않게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그래서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와인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매출이 좋은 와인 리스트와 대표적인 와인을 선정해서 스터디를 시작했다. 와인병을 잘라 붙이고 지역과 품종, 스토리, 특징, 만드는 방식, 무엇보다 와인 금액대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각각의 와인이 갖고 있는 브랜드 스토리도 중요했지만 판매 가격은 어떤 고객들이 이 와인을 픽할지 소비자층을 알려주는 정보이며 어떤 무드와 전략으로 와인을 소개할지 브랜딩의 시작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침 8시부터 와인을 마신다고? 마시는 즐거움
또한 수많은 와인을 기억하기 위해 자주자주 마셔보고 지속적으로 라벨을 보고 가까이에 둘 수밖에 없다. 맛이 기억하는 부분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어질적 버섯의 물컹한 식감과 맛이 싫어 20년 넘게 버섯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버섯 요리를 먹고는 버섯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와인 라벨을 감상하며 마시는 한 잔은 와인의 인상을 만들어주는데 크나큰 역할을 한다.
첫 시음회에 참석했던 날이 기억난다.
아침 8시부터 와인을 마신다고?
당연히 시음회는 오후 4-5시에 시작할 줄 알았는데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시음회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 뱉어야 할까? 마셔야 할까? 목으로 넘기는 맛이 궁금한데... 취하겠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많게는 30-40병이 넘는 와인을 시음하는 일은 즐겁기도 하지만 힘들다. 첫 시음회가 끝나고 난 넉다운이 되었다.
- 우리 해장국 먹으러 갈래…?
업무 중 와인을 마셔도 이상하지 않는 즐거움
와인과 맥주를 브랜딩 하면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는 언제든 와인을 마셔도 허락된다는 사실이다. 모닝 와인을 즐길 수 있고 일하면서는 노동주를, 야근하면서 야근 주를 즐길 수 있다. 단,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시장조사의 즐거움
시간이 허락한다면 팀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해 주고 싶다. 우리 팀은 마케터와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고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 시각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전시를 보거나 새로운 공간과 브랜드를 체험해보고 상상해보지 못한 맛을 경험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일에 반영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삼각지의 내추럴 와인바를 메뚜기처럼 호핑 하러 다니기도 하고 새롭게 론칭된 패션 브랜드의 쇼룸을 방문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슈로 마음껏 다니지 못하지만 더 많은 시장조사를 다닐 수 있는 나날이 오길 기대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는 하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이곳이 즐겁지 않다면 하루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꼭 인생에서 얻어가는 것들이 있기를 바란다.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매우 깁니다. 지치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는 보람과 행복을 스스로가 찾아야 합니다. 일을 하는 즐거움을 느껴야 나를 회사에 증명하고 싶고 그것이 성과로 이어질 거예요.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조직에 속해 있던 배움의 자세를 잃어버리지 마세요. 어떤 자세로 일하는지에 따라 그 일은 엄청난 행복감을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