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다리

by 홍진호 Hong Jinho

<오래된 다리>


매서운 칼바람에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언제까지 물비린내 나는 이 끔찍한 다리를 건너 다녀야 하는지 투덜대면서. 저 멀리 코라디노가 웃으며 나를 맞이한다.

‘쟤는 안 춥나, 오늘도 편안해 보이네.’

코라디노는 나와 함께 어학원을 다니는, 이탈리아에서 온 신부다. 독일에 온 목적은 정확히 모르지만, 저기 마인강변에 있는 수도원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다.

‘오늘은 좀 어때?’

묻는 그의 눈빛에서, 진정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독일에 온 지 한참 지났는데도 집을 구하지 못해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내가 무척 안쓰러운 모양이다. 내가 집을 구하러 다니느라 수업을 빠지는 날이면, 늘 빼곡히 수업 내용을 정리해서 건네주는 일본에서 온 사야카도, 처음 맞이하는 독일의 지독한 한기에 마음까지 앙상해진 나를 위로의 마음이 담긴 인자한 표정으로 살핀다.

수업이 끝났고, 책을 정리하고 문 밖을 나서던 나를 코라디노가 붙잡았다.

혹시 오늘 밤에 뭐 하냐 묻더니,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취소를 해서라도 꼭 본인이 살고 있는 수도원에 놀러 오라는 것이다. 어차피 임시 거처인 기숙사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비좁아서 잠만 자고 싶은 곳이라 흔쾌히 제안을 승낙했고, 해가 질 무렵 나는 난생처음 수도원이라는 곳을 가보았다.

응접실로 안내받았고, 수녀님 두 분이 따뜻한 과일차와 직접 구운 과자를 내어 주셨다.

사람을 초대해 놓고 왜 혼자 두는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여러 명의 수도사들이 내 앞에 서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나는 놀라서 우는 건지, 감동을 받아서 우는 건지 모를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그때였다. 내가 음악을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생긴, 내 인생에 뜨거운 눈물로 남아 있는 시리도록 추웠던 독일에서의 첫겨울.

다음 날 아침, 어제보다 더 춥고 매서워진 바람에 다리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 물비린내 나는 이 끔찍한 다리를 건너야 하나 하면서.



추신: 첼리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제 에세이와 시, 가사에 담긴 감정선을 음악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그 감정의 흐름을 따라 첼로 솔로곡 <오래된 다리>도 써보았습니다. 글과 음악이 함께 흐르는 이 기록, 함께 들어봐 주세요.

composed by Jinho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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