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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Oct 26. 2018

그날

그날 나는 목숨의 일부를 잃었다

일부가 실은 전부였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일상은 불완전 했다

하루하루 이가 빠진 듯 덜컹거렸다

그렇게 목숨은 소리 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시간은 유속을 달리하여 흘렀다

더 이상 기억을 남기지 않는 속도로

방향만 있고 경로가 없는 질주였다

저만치 앞서 달아나는 시간을 쫓으며 불안에 떨었다

그 상태로 산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은 겨울을 지난다

떨어질 타이밍을 놓친 마른 이파리가

나뭇가지를 힘겹게 붙들고 있다

바람 한줄기에 목숨 한줌 흘리면서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그날 이후

나뭇가지를 움켜쥔 손에

유난히 땀이 많이 찬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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