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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3. 2020

메아리를 기다리며

손톱을 깎다 울어본 적 있니

느닷없이 뚝 하고 떨어지는 눈물

기다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비로소 흘러내리는

그러니까 기다림이란

초승달 같은 손톱 사이로

방울방울 낙하하는

눈물 같은 것


너는 어려서 몸살을 앓고 

나는 늙어서 몸살이 두려워

손톱을 깎으며 기다리는 몸살은

방울이 큰 눈물 같이 

상처 없이 아픈 

그런 모습인 것 같아


아이가 커가는 모습은 어딘가 서글프지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는 일 역시 서글퍼

너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야

어린 시절을 상상하는 일이 서글픈 

마치 애어른으로 사는 일이 그렇듯이


너는 흘림체에 능숙하지

흘림체의 인생은 날아가듯 가벼우니?

가벼운 반동으로 날아가는 끝을 따라가며

펜이 지나간 자리의 쓰라림마저 상쾌한

차마 하지 못한 질문을 만지작거리며


그런데 기다림의 끝은 어떤 모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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