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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5. 2020

로마

1.

빼곡하게

주름진

바위덩어리

틈새를 찾아

밀려드는

얼굴들

부딪히고

부서지고

가파르게 

무너지는

무너져 내리는

아베마리아


2.

악사는 모자로 고독을 연마한다 

가난의 기운을 능숙하게 연주한다 

수상쩍은 사제들이 놀이에 몰두한다 

이름 없는 이들의 이름을 지운다 

형체 없는 형상의 몸뚱이를 매장한다

모든 것이 푸르른 하늘 아래

바위의 그림자를 덮고 행해진다

바위를 고발할 생각은 없다 

배경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유죄가 성립하지 않을까

의심해 본다


3.

사이렌이 확신 없이 새벽을 알린다 

속이 찬 어둠에 구멍이 뚫린다

어둠은 차라리 까맣게 따뜻하다

어설픈 해와 달만 바쁘게 교대한다  

강물을 거슬러 전진하는 억척으로 

그렇게 하루는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분주한 시간은 과속을 서슴지 않는다 

과속만이 가속의 길이라며 설교하는 목소리 

이건 그저 질투, 질투일 뿐이다 

멈춰서면 가끔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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