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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29. 2020

언어 감옥

가령 엄마가,

아이들을 다 키우고 혼자 남겨진 느낌이 들 때 우울해,

라고 말할 때

나는, 요즘 밥이 먹기 싫어,

라고 말하고 있다면

또는, 그럴 때는 뒷산 약수터까지 산책을 다녀오세요,

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응대한다면

아이들이 너무 짜게 먹어

도대체 밥은 안 먹고 반찬만 먹는다니까,

라고 하는 거나

뉴욕에 내려서 보스톤까지 운전을 해서 가려고해

운전하면 4 시간도 안 걸려 그게 더 편해

라고 하는 거나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자기이고

누구의 절친이고

누구의 선생이고

누구의 앓던니고

누구의 롤모델인

나에게 누군가 

앞이 안 보여, 그래서 답답해, 한다면


나는 

밥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

잠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

꿈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고

계절, 대통령, 이어폰, 커피, 등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지만

차라리

재즈, 성형외과, 소파, 은행나무에 대해

얘기하는 것 만 못할 수도 있으려나

오히려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하늘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쉬어야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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